유쾌하지 않았던 삼정천과의 만남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2시. 부천시 공영차고지에서 9번째 하천탐사를 시작했다. 그동안은 행정구역상 인천에서 진행을 했다면 이번 탐사는 행정구역상 경기도 부천에서 진행됐다. 굴포천이 인천시 부평구와 계양구, 부천시, 서울시 강서구, 김포시를 아우르는 큰 물줄기라는 것이 실감난다.
삼정천과의 첫 만남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오니가 가득 찬, 거의 흐르지 않는 삼정천. 무더운 날씨 탓인지 물 속에 쌓인 오니가 작은 폭발을 일으켜 기포가 올라오는 것도 보인다. 냄새에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그런 모습을 보며 조금 걷다보니 도로와 만났고, 우리가 가야할 도로 너머에는 공사장 축대벽으로 길이 막혀 돌아서 물길을 다시 찾았다. 물길을 다시 찾은 그곳에서는 삼정천을 포함한 넓은 부지에서 오정물류단지 조성 공사중이었고, 공사로 인해 삼정천에도 변화가 생겼다. 하수를 차집해 굴포천하수처리장까지 보내는 하수관거가 깨진 채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하수관거가 깨졌으니 그 물이 그대로 하류로 흘러갔으리라 짐작된다. 상류로 올라가보니 레미콘 공장을 포함한 각종 공장이 즐비했고, 공장의 하수들이 삼정천으로 흘러나오는 관거가 보인다. 하수는 하수도로 흘러야 하지만 정수처리장을 거치지 않고 섞여 들어간 삼정천을 보는 마음이 내 불편하다.
넉넉할 부(富)에 내 천(川). 이것이 부천의 한자풀이다. 부천(富川)이라는 이름만큼이나 부천시는 하천에 대한 관심을 갖고 현재 심곡천 생태복원 사업 중이다. 복개구간(닫힌구간)에 대한 하천복원사업도 필요하지만, 미복개구간(열린구간)에 대한 고민도 병행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 중에서도 시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열린구간에 대한 수질관리에 관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하천이 있어 좋다.’ 라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야 하천복원활동에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심곡천 복원사업 과정에서 일부 주민과의 마찰이 있는 것 또한 그런 과정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이번에 탐사한 삼정천에 대한 관리는 주변에 즐비한 공장으로 인해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차근차근 관리해 시민들이 하천의 중요성, 필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천시는 굴포천을 국가하천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을 중앙정부에 꾸준히 해왔다. 굴포천의 규모만큼이나, 5개 행정구역에 걸쳐 있다보니 굴포천에 대한 관리체계가 구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하천 지정에 대비해 각 지자체의 협업체계 구축, 관리방안 등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굴포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생태하천복원사업, 하천정비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천복원이 선언적이어서도, 하나의 개발사업으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생태적 연결성과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 이것이 하천복원의 핵심이어야 한다.
– 글 : 박주희
가톨릭환경연대
ㆍ굴포천살리기시민모임ㆍ인천녹색연합ㆍ시사인천ㆍ인천in 이 함께하는 ‘2015년 하천탐사단’은 올해 굴포천의 본류와 지류들을 열 차례에 걸쳐 탐사한다. 하천의 열린구간과 닫힌구간을 걸으며 하천과 함께 했던 주민의 삶 이야기를 듣고, 하천 복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9번째 탐사는 7월 14일(화) 10여명의 탐사단원들과 함께 삼정천으로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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