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떠나는 인천 섬순례(셋째 날 소감입니다.)

2008년 10월 9일 | 섬•해양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3학년

김 태 훈

이틀 동안의 피로가 누적되어서 일까, 편안한 잠자리 때문이어서 일까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를 않았다. 다른 모둠 식사당번의 도움을 받아 겨우 잠에서 깨어나 아침 식사와 점심 도시락을 준비했다. 하루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이렇게 귀찮고 힘든데, 매일매일 아무 말 없이 아침을 준비해준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 가면 아주 가끔씩 이라도 아침밥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하며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볼음도로 들어가기 위해 외포리 선착장으로 출발을 하였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우리가 향하는 볼음도 까지는 뱃길로 약 1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나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배에 탑승함과 동시에 꿈나라 속으로 빠져들었다. 몇 분이 흘렀을까 주위의 시끌벅적한 소리에 눈을 떴다. 그 시끌벅적한 소리는 다름 아닌 인심 좋은 섬 주민들이 나눠준 음식과 음료를 맛있게 먹고 난 우리 섬 순례 대원들의 목소리였다. 역시 좋은 환경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니 웃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도착시간도 가까워져 잠도 깰 겸 밖으로 나가 바다를 바라 본 순간 앞에 펼쳐 진 경관에 큰 감동을 받았다. 햇빛에 반사 된 바다와 여러 크고 작은 섬들, 그리고 섬 위에서 쉬고 있는 희귀종인 저어새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렇게 바다를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볼음도에 도착하였다.
 






도착 후 우리는 자전거를 이용해서 섬을 돌아보았다. 크기는 작았지만 잘 정리 된 농경지와 바다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모습들과 함께 사진 속에 추억을 담은 뒤 하룻밤을 보낼 마을회관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점심식사를 했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한 점심도시락을 함께 나눠먹다. 반찬도 많지 않고 밥도 설익고 집에서 먹던 식사와는 비교도 안 되게 초라하지만 모두 맛있게 밥을 먹었다. 식사 후 약간의 휴식을 했다. 조용하고 한적했다. 많은 차들이 지나다니고 소음이 그치지 않던 평소 때와는 정말 다른 분위기였다. 그 속에서 오랜만에 여유와 편안함을 느끼며 쉬고, 몇몇은 뒷산으로 밤을 따러 올라갔다왔다.
 




오후에는 갯벌체험을 하기 위해 근처 바닷가로 향했다. 아주 어렸을 때 이후로 오랜만에 가보는 것이고, 또 망둥어 낚시도 한다고 해서 설레기도 하고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갯벌을 향해 달려갔다. 갯벌에 도착해서 각자 낚시대 하나씩 받고 낚시 바늘과 추를 점검 후 대어를 낚겠다는 일념 하나로 갯벌 속으로 뛰어들었다. 사전에 설명을 들은 대로 낚시 장소까지 가면서 미끼를 줍고, 눈에 보이는 게도 잡으면서 결전의 장소로 향했다.
 


드디어 낚시 할 장소에 도착. 바지를 걷고 물속으로 들어가 낚시대를 던졌다. 하지만 기다리는 망둥어는 오질 않고 발 주위에 새우들만 우글우글 거렸다. 포기하지 않고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저기에서 망둥어를 잡아 올리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너무너무 잡고 싶었지만 실력이 없는 것일까 운이 없었던 것일까 내 주위에는 망둥어 그림자도 보이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그건 바로 가방 속에 있는 고구마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낚시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했다.

  “안녕하세요, 망둥어를 하나도 못 잡았는데 고구마 드릴게요, 망둥어 좀 주시면 안 될까요?”

  대답은 너무나도 흔쾌한 승낙이었다. 역시 시골인심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감동을 내게 주었다. 낚시대로 잡지 못했지만 고구마로 잡은 망둥어도 큰 기쁨이었다.










갯벌체험 중 또 하나의 즐거움은 돌아가는 길이었다. 눈밭에선 눈싸움, 갯벌에선 갯벌싸움이다. 서로 얼굴에 갯벌을 묻히고 도망가고 쫓아가고 돌아오는 내내 서로 장난치고, 묻힌 갯벌을 서로 닦아주며 웃고 떠들면서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갯벌에 있는 동안 많은 것들을 느끼게 되었다. 낚시는 반성의 시간이라 했던가. 잘 잡히질 않자 먼 바다를 바라보며 지금까지 지내 온 일들을 회상하며 나름대로 반성도 하고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졌고, 물고기 한 마리에도 성취감과 행복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고, 오랜만에 동심의 추억 속에 젖어들며 잠시나마 예전의 순수했던 마음을 다시 되찾은 시간이 되었다.


갯벌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돌아와 씻고 저녁준비를 했다. 씻을 수 있는 시설이 적어 오랫동안 기다리고 불편했지만 그 모든 것들이 다 즐거웠다. 그리고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모두가 잡은 물고기로 함께 매운탕도 끓여먹고 오늘 있었던 일들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이재필 기자님의 습지보호구역과 모래채취에 대한 강의와 볼음도에 사시는 반장님께 직접 현지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모래채취에 대한 강의는 짧았지만 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인상 깊은 시간이었다. 또 볼음도에 사시는 반장님께 직접 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농촌에 실태와 힘든 점들 그리고 재치 있는 입담에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하루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모두 모여 모닥불을 펴놓고 낮에 주워온 밤을 구워먹으며 이야기 꽃을 펼쳤다. 3일차가 되었지만 서로에 대해서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아가고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며 서로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집에서 준비해간 불꽃놀이를 절정으로 우리들의 모닥불 군밤잔치의 끝을 맺었다.






이제 모두 다음 날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였다. 신나게 뛰어놀아서 인지 졸음이 쏟아졌다. 방바닥은 따뜻하게 보일러가 들왔고 푹신푹신한 이불도 있고, 오늘 하루 정말 잊지 못 할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내일이면 우리 섬 순례의 마지막 날 인데 어떻게 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스르르 꿈나라 속으로 들어갔다.


오늘 하루는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기뻐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