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미군기지터, 도시농원으로 조성하자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국장
인천시 부평구에는 도심 한가운데 캠프마켓이라 불리는 미군기지가 있다. 수십년 동안 일본군과 미군의 콘크리트담장과 철조망이 시민들의 출입을 가로막던 이곳이 몇 년 후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2002년 반환이 확정된 이후 시민들은 부평미군기지터가 부평의 랜드마크로 새롭게 태어나길 원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인천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던 부지이용에 관한 공청회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이후 여러 차례 논의와 설문조사 등 주민의견수렴을 통해 70%를 공원으로, 나머지 30%는 도로, 문화시설 등 공공시설로 이용이 잠정 결정된 상태이다. 새롭게 꾸며질 부평미군기지터는 부영공원을 포함하여 약 65만㎡로 결코 작지 않은 면적이다.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중장기적이고 구체적인 활용방안의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 깊이 있는 연구와 토론을 거쳐야 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공원 내에 굴포천복원과 연계한 습지생태공원조성을 적극 검토하자. 지금은 비록 도심구간의 대부분이 복개되어 하천의 기능을 잃어버렸지만, 과거 굴포천은 부평평야의 젖줄이었다. 얼마 전 인천시는 2009년 환경녹지분야 예산정책토론회에서 그동안 시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굴포천의 복개구간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콘크리트로 덮였던 상류가 복원되면 굴포천은 단순한 비오톱이 아닌 인천의 주요 녹지축인 한남정맥과 한강을 연결하는 진정한 생태축으로 거듭나게 된다.
더불어 부평미군기지터에 습지생태공원을 조성하면 잠자리와 나비, 맹꽁이 등 양서류 서식과 이들을 먹이로 하는 새들이 찾아 시민들은 부평도심에 생태계가 살아 있는 자연체험학습장을 갖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생태공원의 습지는 빗물의 저장소로서 굴포천에 부족한 유지용수의 공급에도 큰 보탬을 줄 것이다.
또한 부평미군기지터에 도시공동체회복을 위한 생태농법의 텃밭과 논, 즉 시민농원을 만들어 보자. 쿠바뿐 아니라 독일, 일본 등지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목적으로 도시농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천시민들의 ‘경작본능’ 또한 대단하다. 계양산, 원적산 등의 산기슭뿐 아니라 굴포천, 승기천 등 하천둔치, 아파트화단 등 한 뼘의 땅만 있으면 어김없이 고추, 호박, 상추, 오이 등을 심는다.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와 소일거리를 위해 많은 시민들은 이미 도시농부로 된 것이다.
도시농업은 단순히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에 그치는 않는다. 자연교육과 고령화사회 대비뿐 아니라 도시공동체회복,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환경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도시농원의 텃밭과 논, 둠벙은 도시대기환경에 순기능과 새로운 도심생태계의 순환고리로 작용한다. 현재의 공원은 관리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또 화학비료와 농약살포는 토양과 지하수오염을 유발해 도시경관과 환경비용 측면에서도 이제는 꽃과 잔디공원보다는 경작 가능한 도시농원을 검토할 때이다.
인천의 미래는 미군기지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느냐에 달려 있다. 습지생태공원과 시민농원으로 꾸며진다면 봄에는 써레질하는 누렁이와 그 뒤를 따르는 송아지를, 나무지게에 모판을 나르는 할아버지와 고사리손으로 모내기하는 꼬마농부의 모습을, 여름 논에서는 개구리를 낚아채는 백로를 보게 될 것이다. 가을이면 논두렁에서 메뚜기를 잡고 텃밭에서는 고구마를 캐고, 굴포천 둔치에서는 콩을 털고 빨간 고추도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겨울에는 논에서 쥐불놀이하고 눈싸움하는 풍경이 펼쳐지게 된다.
계절마다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농원과 생태공원에서의 사람과 자연 간 어우러짐은 자연생태계와 도시공동체를 회복시켜 인천과 부평을 회색도시에서 생태도시로, 돈을 모아 떠나고 싶은 도시에서 새로운 고향,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은 도시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 2008년 9월 26일자 인천신문에 실린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