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생태적인 삶이어야 하는가

2008년 10월 21일 | 성명서/보도자료


                                                    왜 생태적인 삶이어야 하는가

                                                                                
유종반 / 인천녹색연합 초록누리 소장

요즘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는 우리 경제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긴급히 모인 경제선진국들의 정상들도 문제해결의 별다른 비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백약이 무효라고 한다. 한 치의 앞날도 내다볼 수 없는 가운데 10년 전 뼈저린 고통을 안겨준 IMF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747(7% 경제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세계 7위 경제대국) 장밋빛 경제 환상으로 대통령에 올랐다. 엄청난 기대와 관심 속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국민들을 미치게 하더니 지금은 세계 금융위기에 속수무책이다. 자칭 경제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 한국경제는 나빠지지 않는다고 아무리 외쳐도 도무지 믿질 않는다. 오히려 경제를 책임진 장관은 연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지금은 그 어떤 경제전문가의 진단이나 처방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 오늘의 세계 경제위기는 극복되어 모두가 원하는 경제성장이 가능한가? 경제전문가는 아니지만 내 생각으로는 ‘그럴 수 없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부자를 꿈꾸고 있다. 국민소득 2만, 4만, 10만 달러를 꿈꾼다. 만약 정말 어렵겠지만 국민소득 10만 달러가 이뤄지면 만족하며 더 이상 부자의 꿈을 접을 것인가? 절대 아니다. 20만, 30만 달러…. 인간의 탐욕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 사람들만 그런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12억명의 중국도, 10억명의 인도 국민들도, 아니 저 가난한 서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도 모두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며 무한 경제성장을 꿈꾼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경제성장과 소비는 바로 지구 자연생태계의 희생과 한정된 지구자원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원하는 무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지구 자연생태계는 늘 건강한 상태로 있어야 하고 지구 자원은 무한하게 생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 환경은 이미 인간의 지나친 경제성장과 소비에 의해 파괴되었고 석유와 같은 에너지 자원 등 지구 자원은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무한한 자원으로 생각했던 물과 공기조차 안심하고 먹고 마실 수 없게 되었다.

 우리를 더욱 슬프고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꿈을 이루게 하는 지구는 단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환경전문가들에 의하면 지구가 먹여 살릴 수 있는 적당한 사람 수는 20억명 정도라고 한다. 그런 지구에 65억명이 살고 있으니 지구는 이미 그 능력을 상실했다. 박경리 선생의 말씀처럼 “인간은 지구의 이자로 살아가야 하는데 지금은 원금까지 까먹고 있으니 그 끝은 불 보듯 분명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하나뿐인 지구에서 살고 있는 한 무한성장과 무한소비, 무한부자의 꿈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 경제적으로만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우리의 생각과 삶을 바꾸지 않는다면 인류는 머지않아 공멸의 길로 빠질 수밖에 없다.

 정말 우리는 가난한가? 우리는 얼마나 잘 먹고 잘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가? 그동안 물질적 풍요가 정말 우리에게 영원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는가? 옛날보다 수십배 잘사는 지금, 우리는 과연 배곯던 시절보다 수십배 행복한가. 이제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과 함께하지 않는 인류의 문명에는 멸망만 있을 뿐임을 깊이 자각해야 한다. 자연은 인간의 물질적 풍요와 편리하고 쾌락한 삶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지금까지 오직 자연을 이용하고 즐김의 대상으로 인식하여 자연을 함부로 파괴하고 오염시켰다. 인류 위기를 가져온 지구온난화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병인 암, 장애, 우울증과 스트레스, 자살, 폭력, 살인, 전쟁 등은 인간 생명을 말살시키는 일들이 발생하였다.

 이제 우리의 의식과 삶을 당장 바꿔야 한다.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지구자원을 고갈시키는 잘못된 삶을 버려야 한다. 이제 우리는 20억 인간만이 살 수 있는 하나뿐인 지구에서 70억 인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공생과 상생의 삶, 즉 욕심을 크게 줄이며 가난하고 소박한 생태적인 삶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 2008년 10월 21일자 인천신문 환경칼럼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