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돌빼서 윗돌괴는 옹진군 해사채취

2008년 11월 25일 | 성명서/보도자료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옹진군 해사채취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국장

지난 11월 5일 옹진군은 2009년 5월까지 선갑도 앞바다에서 610만㎥의 바닷모래채취를 골재업체에 허가하였다. 옹진군은 이번 허가로 200여억 원의 해사채취 세수를 거두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해사채취허가는 군재정을 빌미로 수많은 해양생명과 주민들의 터전이자 인천의 미래인 인천앞바다를 팔아먹은 것이고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근시안적 행정이다.

해사채취에 의한 세수입보다 어획량과 관광객 감소로 인한 주민의 생존권과 경제적 피해, 자연경관의 훼손으로 인한 복구비용 등 그 피해가 훨씬 크다. 그동안 인천앞바다에서는 1980년대부터 20여년간 2억5천만㎥가 넘는 바닷모래를 채취하였다. 이런 마구잡이식 해사채취로 해양생태계 파괴와 수산자원감소뿐 아니라 해수욕장 모래유실과 해안사구의 붕괴 등 연안침식이 발생하여 인천앞바다의 섬 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되었다. 덕적도와 자월도 등의 이일레, 큰풀안, 작은풀안, 서포리 등 대부분의 해수욕장은 황폐화되었고 천혜의 관광지로서의 명성을 잃은 지 이미 오래다. 과거 옹진군은 해사채취로 해수욕장의 모래가 유실되자 덕적도 등 관내 8개 해수욕장에 30억 원을 들여 모래 포설작업을 진행하는 등 웃지못할 일을 벌이기도 했다.

어민들과 환경단체에서 해양환경훼손과 주민생존권 등을 이유로 옹진군과 해양수산부에 줄기차게 바닷모래채취 금지를 요구하여 결국 옹진군은 2005년 골재채취 휴식년제를 도입하였다. 무자비한 바다모래채취로 발생한 자연환경훼손에 대한 복원계획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다시 막대한 양의 모래를 채취하는 것은 인천앞바다를 회생불능의 상태로 내모는 것이다. 전남 신안군의 경우 해사채취수입이 연평균 10억 원 정도였던 반면 연안침식으로 인한 복구비용만 530억 원이 넘었다. 지금까지 인천시와 옹진군이 해사채취로 훼손된 인천앞바다에 대한 해양생태계복원에 사용한 비용은 13억 원이 고작이다. 앞으로 해양생태계복원을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들일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이번 해사채취허가는 지난 6월 한국골재협회 인천지회에서 제출한 ‘옹진군관할수역 해사채취사업 해역이용영향평가서’를 근거로 하고 있으나 해역이용영향평가는 해양의 지속가능한 이용이 아닌 해양생태계와 주민공동체파괴를 위한 행정절차로 악용되고 있다. 2007년까지는 해사채취를 위해 해양환경관리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여 해양수산부와 협의하던 것을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토해양부에서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해역이용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토해양부에서는 개발부서였던 건설교통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반면 과거 해양수산부는 5실3국 중 한 개의 국으로 축소되면서 해양이용에서 해양보전, 환경영향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1년에 100만㎥ 이상은 협의해주지 않겠다던 해양수산부가 국토해양부로 통합된 후 채 1년도 되기 전에 6개월 동안 600만㎥가 넘은 양의 바다모래채취를 허가한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국토해양의 보전이 아닌 개발 측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어 해양환경보전을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절실하다.

문제는 이것뿐만 아니다. 골재채취업자에 의한 해역이용영향평가서 작성으로 주변지역 해양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해사채취 시 해양에 미치는 환경영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해역이용영향평가서를 살펴보면 해사채취에 따른 주변 섬 주민들의 피해, 어획량감소에 따른 저감방안, 해양생태계복원방안 등 대책이 전무하다. 조사범위는 모래채취장소만 국한되어 대이작도의 생태계보전지역인 풀등에 미치는 영향, 해수욕장모래감소, 인근 도서 해양생태계영향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환경영향에 대한 저감방안도 마찬가지다. 생태계보전지역인 대이작도 앞 풀등이 심각한 모래유실과 침식으로 과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지금도 계속 줄고 있음에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생태계보전지역으로부터 10km 이내 해사는 채취하지 않을 계획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졸속으로 작성된 평가서를 근거로 또다시 막대한 양의 바다모래채취를 허가한 옹진군과 인천시, 국토해양부는 해양환경보전과 주민생존권보호의 직무를 저버린 행위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옹진군은 해사채취허가를 취소하고 국토해양부는 해양환경관리법을 강화하고 부실·졸속으로 작성된 ‘옹진군 관할수역 해사채취사업 해역이용영향평가서’를 재평가해야 한다. 자연환경은 미래로부터 잠시 빌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해사채취 재개에 앞서 이미 황폐해진 인천앞바다에 대한 복원계획과 보호대책을 먼저 수립해야할 것이다.

*  이 글은 2008년 11월 25일자 인천신문 환경칼럼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