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인천 앞바다를 포기하려는가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국장
지난 19일 국토해양부는 제4차 골재수급기본계획(2009~2013년)과 2009년 2009년 골재수급계획을 확정했다고 발표하였다. 골재의 장기수요에 대한 전망과 공급대책을 주요내용으로 이번 계획에는 전국적으로 골재수요가 2009년 2억1천625만㎥에서 2013년 2억4천414만㎥로 연평균 1.7%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치가 들어 있다. 또 2009년에는 전체 골재의 14.2%인 3천325만㎥를 바닷모래로 충당하고 특히 전체 바닷모래의 40%가 넘는 1천345만㎥를 인천 앞바다에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인천 앞바다에서는 2005년 옹진군의 해사 채취 휴식년제 도입 이후 배타적경제수역과 선갑도 부근 등에서 일부 바닷모래 채취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국토해양부의 제4차 골재수급기본계획은 2009년부터 매년 1천만㎥이상 채취하는 것으로 인천 앞바다의 심각한 해양생태계 파괴와 어획량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그 동안 막대한 바닷모래 채취로 인해 발생한 해양생태계의 훼손이 나아지지 않았으며, 제대로 된 복원계획 또한 전무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골재수급과 건설경기부양’이라는 국토해양부의 목표는 달성할지 몰라도 해양생태계와 어민들의 생존권은 크게 위협받게 됨은 분명하다.
1984년 220만㎥로 시작된 옹진군 바닷모래 채취는 1992년 1천만㎥를 넘어서 2002년 1천900만㎥를 정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막대한 양의 바닷모래 채취는 해양 생태계 파괴를 불러와 모래를 산란장소로 이용하는 어족자원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어획량 감소로 어민들은 설 곳을 잃었다. 실제 2008년도 농림수산식품부의 자료에 의하면 2007년 인천시의 어획량은 2000년에 비해 22.6%가 감소하였고 서해안의 주요 어족 자원인 꽃게의 경우 어획량의 감소폭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꽃게는 바닷모래에서 산란하는 대표적인 어종이다.
옹진군에서는 공유수면점용료 등의 명목으로 발생하는 세수입을 주민지원사업으로 이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동안 실제로 집행된 것은 수억원에 불과하다. 해양생태계 복원이나 어민생업 지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과거 모래채취는 인근 섬의 자연 환경에도 영향을 미쳤다. 덕적도 서포리 해수욕장 모래사장은 이내 자갈을 드러냈고, 자월도와 대이작도, 승봉도와 사승봉도의 백사장에서도 심각한 유실이 발생하였다. 섬주민들은 관광객 감소로 피해를 입자 해수욕장의 모래포설작업을 진행하였으나 바다모래채취로 다시 유실되어 수십억원의 시민혈세를 바닷물에 쓸려 보낸 웃지못할 사건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2007년 해양수산부는 옹진군의 410만㎥ 바닷모래 채취량 허가요구에 대해 해양환경훼손 등의 이유를 들어 99만3천㎥만 허가하였다. 국내외 경기악화와 투자위축 등 2009년도 경제전망이 밝지 못한 상황에서 단순히 안정적인 골재수급을 위해 골재수급량을 늘리는 것은 해양환경훼손과 어민생존권의 대가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즉, 과거와 여건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임에도 국토해양부는 내년도 인천 앞바다에서의 해사 수급량을 1천344만㎥로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해양환경보전과 주민 반대 등에 따라 골재수급의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공유수면점용료를 주민지원사업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반대여론이 약화되자 이를 바닷모래 채취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다.
현재 인천 앞바다에서는 지난 11월 옹진군은 선갑도 앞 바다에서 610만㎥의 해사 채취를 허가한 상태이다. 국토해양부는 바닷모래 채취 시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용역결과를 토대로 개발가능량을 책정하거나 휴식년제를 활용하는 등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실제로 한국골재협회 인천지회에서 작성한 이번 선갑도 앞바다 610만㎥에 대한 해사 채취를 위한 해역이용영향평가서를 보면 기가 막힌다. 이미 확인된 해양생태계의 악영향에 대해서도 산란기에 채취량을 감소시키면 별 영향이 없을 것이고, 생태계보전지역인 대이작도 앞 풀등에 대해서도 10㎞ 이격되어 있기 때문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전혀 저감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아이들은 우리나라의 삼면이 바다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다에 달려있다고 어른들로부터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이제 우리나라의 육지와 해양을 책임지고 있는 국토해양부에서 앞장서 해양환경훼손을 부추기는 상황을 우리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걱정이다.
* 이 글은 2008년 12월 22일자 인천신문 환경칼럼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