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경쟁이 아닌 소통과 배려의 자전거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3년 전 유럽의 도시들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차도와 인도를 쉴 새 없이 오가는 자동차와 보행자 사이로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는 자전거 행렬. 간혹 차도를 무단으로 횡단하거나 자동차 앞에서 서행하는 자전거들도 보이지만 요란한 경적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보행자, 자전거와 유모차 등 보행약자도 당당하게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덩치 큰 자동차만이 대접을 받고 있는 우리완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충격’이었다.
최근 시청과 연수권역 등을 시작으로 인천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와 안정성 확보 미흡으로 각종 민원발생 등 여러 문제가 노출되면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도로다이어트와 차선감소를 통해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고 도심에서 자동차통행을 억제하는 등 생활밀착형 자전거중심의 교통정책에는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인천시가 진정한 자전거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성과위주의 시설투자에만 집중하여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성공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미 자동차의 편리함에 젖어 있는 우리를 바로 보고 치밀한 준비와 끈기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학생들의 자전거이용에 주목하여야 한다. 네덜란드 그로닝겐, 독일 뮌스터 등 세계적인 자전거도시뿐 아니라 인천에서도 자전거를 제일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은 학생이다. 또한 잠재적으로 학생들의 자전거 이용가능성이 매우 큼에도 안전 등의 문제로 부모와 선생님들은 자전거이용을 만류하고 있다. 전용도로와 보관소를 통학로와 학교를 중심으로 우선 설치한다면 같은 예산을 사용하고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자전거 전용도로를 상대적으로 차선을 확보하기 쉬운 주요간선도로를 중심으로만 설치한다면 이용하는 사람은 없고 차량 운전자들의 원성만 사게 될 것이다.
또한 제도권에서 자전거와 자전거도시에 대한 가치관 교육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이미 자전거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는 자전거를 타는 기술습득에 주력하고 있을 뿐이다. 자전거이용이 경제적이고 건강에 이롭기 때문만이 아니라 에너지문제와 도시교통문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임을 널리 홍보해야 한다. 자동차에서 자전거로의 전환은 단순히 이동수단의 교체가 아닌 교통문화가 시작과 끝만 있는 목적지향에서 만남과 과정이 있는 소통문화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자전거도시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뚫린 도시가 아니라 유모차를 밀고 가는 주부, 휠체어를 타고 가는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도시임을 가르쳐야 한다. 골목길에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더라도 보행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여전히 자전거는 보행자를 위협하고 자동차에는 위협받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중심의 교통체계가 확고한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자동차이용의 불편을 감수하고 자전거이용을 강요하는 것은 반발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 시기가 지나면 불만이 잠잠해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결코 도움을 주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문제점을 보완하고 불편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시민들을 만나 자전거의 불편함과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여야 한다. 시민참여가 정책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전거도시로의 전환과정을 통해 도시의 역사문화를 복원하고 건강성을 회복하여 새로운 도심공동체 형성의 계기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석유시대의 종말은 시기가 문제일 뿐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구적인 기후변화문제와 지역적인 도시환경문제 해결의 중심에 자전거가 있음도 분명하다. 또한 소통과 참여 없인 또다시 자전거정책이 실패할 것도 자명하다. 이제 인천시부터라도 자전거정책을 속도를 다투는 또 하나의 토목공사가 아니라 사회통합을 위한 소통과 배려의 사회문화사업으로 인식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 이 글은 2009년 9월 15일자 인천신문 환경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