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앞바다, 우리 모두가 지켜야할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요즘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연평도일 것이다. 평생을 살아온 연평도를 떠나는 주민들의 처지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저리게 만들고 있다. 이유는 다르지만 이들처럼 조상대대로 살아온 터전에서 내몰릴 처지인 인천시민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는 강화갯벌과 바다에 기대 살아가는 어민들도 있다.
계양산 골프장 문제가 일단락되어가고 있는 지금, 인천에서 가장 큰 환경문제는 제2의 새만금이 될 인천만 조력발전이다. 현재 국토해양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주민설명회 등 사전 환경성 검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이며 청정자연에너지이고 경제적인 에너지라고 선전하며 인천만 조력발전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만 조력발전의 실체는 세계5대 갯벌이라 불리는 강화갯벌을 파괴해 멸종위기 조류를 멸종으로 내몰고 어민들의 터전을 빼앗고, 생물다양성과 습지보호라는 국가정책과 국제협약을 무시한 ‘삽질’사업일 뿐이다.
최근 새만금에서는 방조제로 인한 유속변화로 갯벌의 퇴적상이 변하고 그로 인해 어패류가 패사하는 등 사업초기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만 조력발전도 사업으로 인한 변화상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다. 사전환경성검토서에 조력발전소 예정지 내부뿐 아니라 외부의 퇴적과 침식, 갯골 발달, 갯벌 고화, 사주 변화 등 자세한 퇴적환경 파악, 생태환경 변화 예측이 전혀 없어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이다. 환경영향과 변화를 예측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파괴 저감대책이나 대체서식지는 엉터리일 수밖에 없다.
강화지역의 갯벌은 한반도 핵심생태축인 서해안 갯벌과 비무장지대가 교차하고 한강ㆍ임진강ㆍ예성강이 바다와 합류하는 곳에 위치해 퇴적환경과 생물다양성이 전 세계적으로도 비견될 곳이 없을 정도로 매우 우수한 곳이다. 일찍이 문화재청에서는 2000년에 천연기념물로, 해양수산부(현재 국토해양부)에서는 2003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2009년에는 국토해양부가 ‘람사르’ 등록을 추진했던 곳이다. 그랬던 국토해양부가 이제는 조력발전소를 추진하기 위해 습지보호지역과 천연기념물 지정을 해제 또는 변경하려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스스로 자기정체성을 부정하고 발전업자, 개발업자들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꼴인 셈이다.
강화갯벌은 ‘동아시아~대양주’ 이동경로를 이용하는 물새류의 중요한 채식과 휴식 공간이며 10여종의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연간 10만 개체 이상의 도요ㆍ물떼새류가 도래하고 있어 람사르협약에서 보호를 권고하는 곳이다. 인천만 조력발전소가 건설되면 이들은 또 다른 곳을 찾아야하고, 어민들도 더 이상 새우ㆍ밴댕이ㆍ실뱀장어 등을 잡을 수 없고 터전에서 쫓겨나야한다.
그동안 어민들과 환경단체들은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통해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지역공동체를 붕괴하는 인천만 조력발전소에 대해 반대 입장을 수차례 밝혔으며, 전ㆍ현직 인천시장들도 인천만 조력발전 사업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국토해양부가 인천만 조력발전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대규모 화력발전소 건설에 이어 또 다시 인천을 수도 서울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도시쯤으로 무시하는 처사다.
인천만 조력발전 사업으로 여의도 면적의 7배가 넘는 갯벌이 없어지게 된다. 이미 전문가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다. 한국조류학회에서는 지난 3월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 국내 최대 물새 서식지를 위협한다’는 성명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2300여 개체만 생존하고 있는 저어새를 비롯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갈매기나 알락꼬리마도요, 노랑부리백로, 두루미 등의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인하대 이관홍 교수는 방조제가 건설되면 ‘안팎의 퇴적상에 심각한 변화가 발생하고 저서생물상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 단순한 대체서식지 조성으로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지역공동체를 붕괴하는 조력발전은 결코 신재생에너지도 청정자연에너지도 아니다. 더욱이 환경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규모 방조제의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커다란 환경재앙만을 가져올 뿐이다. 무엇이 어민과 인천시민을 위하고, 이웃생명과 미래세대를 위한 것인지, 우리는 이미 모두 답을 알고 있다.
* 이 글은 2010년 11월 30일자 부평신문의 부평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