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 페놀오염 그리고 다음은

2011년 8월 9일 | 성명서/보도자료, 토양환경

                  다이옥신, 페놀오염 그리고 다음은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은 인종청소를 목적으로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는데 수백만 대학살의 도구로 이용된 게 자이클론B라는 독가스와 페놀이다. 페놀은 소화기, 호흡, 피부접촉을 통해 사람을 죽음이 이르게 할 수 있는 맹독물질로 우리나라에선 20년전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었다. 최근 그런 페놀에 의해 부평의 옛 미군부대 자리가 심각하게 오염되었음이 확인되었다.

경북칠곡 캠프캐롤의 고엽제 매립의혹이 제기된 후 한 재미언론인에 의해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미군은 이미 오래전에 부평미군기지의 오염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1991년 미육군공병단 위험폐기물 최소화 방안보고서에는 캠프마켓 DRMO에서 80년대 후반에 PCBs 448드럼을 비롯하여 막대한 양의 위험폐기물을 처리되었고 매년 캠프캐롤에서 오염흙을 100t이나 가져와 처리했음이 기록되어 있다. 또 1997년 미공군 오쉬바 대위는 주한미군 위험폐기물지역 정화문제를 다룬 석사학위논문에서 기지내에 자동차배터리가 매립됐고 납, 카드뮴 등 중금속오염은 물론 ‘부평미군기지 토양의 4.7%는 기름(TPH)이라’언급하고 있다. 환경부와 부평구에서도 2008년과 2009년 부평미군기지 주변에 대한 환경조사를 실시해 발암물질인 PCE, TCE와 유류, 중금속 오염을 확인했고 최근 인천시는 주변지역 토양과 지하수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었음을 발표했다.

기지내를 직접 파보지만 않았을 뿐 부평미군기지의 맹독성폐기물에 의한 환경오염은 의혹이 아닌 기정사실인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동의하지 않으면 기지내부에 대한 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를 탓하며 중앙정부의 입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몇군데 더 파서 오염여부를 또 확인하는 것도 불필요한 일이다. 이제 할 수 있는 주변지역부터 정확한 오염경로, 규모와 범위, 오염물질을 파악해 오염지도를 작성하고 오염복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미군기지 주변이 미량이지만 다이옥신에 오염되었음이 확인됐다. 다이옥신은 몸에 축적되는 것으로 기준치 이하라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도 존재해서도 안되는 물질인 다이옥신의 오염경로는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번에 확인된 다이옥신이 210여종 중에서 어떤 종류인지 또 그들이 고엽제와 상관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 페놀이나 PCB는 다이옥신으로 전환이 가능한 물질로 이들에 대해서도 폭넓은 조사가 병행돼야 한다.

미군보고서들에서도 확인되듯 오염원인자가 주한미군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오염복구비용을 미군이 감당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2016년 반환예정이지만 시민의 생명과 건강, 재산권과 직결돼 있는 사안으로 조속한 시일내에 공동조사가 진행돼야 하며 복구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주한미군을 상대로 기지내의 공동조사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시민뿐 아니라 인천시, 부평구 등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현재 환경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협의체 구성이나 부평구의 환경조사에의 민간참여는 물론 복구계획수립과 과정에도 참여해야 할 것이다. 부평미군기지는 58만의 인구가 밀집한 도심한복판에 위치해 수많은 시민들이 직접 오염피해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민들은 행동에 나섰다. 기지내 환경오염 한미민관공동조사를 요구하며 2달 넘게 철야농성 중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지금 우리 발밑은 다이옥신과 페놀에 오염돼 있다. 아파트값 떨어진다고 눈치만 보며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이 터전을 오염된 상태로 방치할 순 없다. 문제해결의 첫 걸음은 정확한 진단과 열린 논의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  이 글은 2011년 8월 9일자 인천일보 환경의 창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