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곡천과 장고개길

2011년 12월 7일 | 성명서/보도자료, 토양환경

                                 산곡천과 장고개길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최근 몇 년 사이에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서울 성곽길 등 ‘걷는 길’이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양재천, 전주천, 청계천 등 도심에서의 ‘물길’을 되살리는 데 앞을 다투고 있었다. 국토의 대동맥 고속도로, 실핏줄 신작로의 ‘찻길’은 이보다 훨씬 앞선 경제개발5개년계획시대부터 지역발전의 상징이었다.

 장고개는 한남정맥 인천구간의 원적산과 호봉산 사이 고개로, 장고개길은 인천 서구 가좌동과 부평구 산곡동을 연결하는 예정도로이다. 1976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됐지만 6보급창(현 제3보급단)이 자리하고 있어, 인천시와 군이 지속적으로 도로개설에 대해 협의했으나 대체부지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군부대가 동의하지 않아, 장고개길은 군부대 이전 후에나 개설이 가능한 도로다. 현재 장고개길 일부 구간에 대한 실시계획(변경)인가가 난 상황이다.

 산곡천은 장고개의 제3보급단에서 발원해 산곡여중과 산곡남중 사이와 부평미군기지 디아르엠오(DRMO: 주한미군 재활용센터) 북측을 지나 부평구청 부근에서 본류인 굴포천과 합류되는 물길이다. 총길이 2km의 산곡천은 현재 90%가량 복개돼, 부평의 핵심인 산곡동과 부평동을 관통하고 있음에도 부평사람들에게조차 생소한 하천이다. 인천시의 하천마스터플랜에 관리와 복원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언급됐지만 오히려 2009년 일부가 추가 복개된 하천이기도 하다. DRMO 이전으로 지자체까지 참여한 DRMO 부지 반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부평의 미래를 위해 장고개길과 산곡천 복원을 함께 고민할 최적기인 셈이다.

 도로는 도시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로 시민들에게는 중요한 생활기반시설이다. 그러나 빗물이 투과되지 못하고 한여름 뜨거운 열복사로 인한 도시열섬화, 도시건조화 등의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반면 하천은 생태통로다. 도시열섬 저감과 미세먼지 저감 효과 등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환경을 위해 하천 복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이다. 특히 산곡천은 인천의 대표 자연녹지인 한남정맥과 앞으로 부평의 대표적인 생태공간이 될 부평미군기지를 연결하는 최단거리 생태통로 후보지다. 기후조절, 도시경관 향상, 환경정화, 방재 효과, 정서순화, 녹지네크워크 등 하천의 기능과 산곡천의 지리적, 지역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언젠가는 복원해야하는 것이다.

 발원지와 물길 주변에 3보급단, 부영공원, 부평미군기지 등 비교적 널찍한 공간이 있어 습지조성 등 하천 유지용수 확보가 유리하고 전체 복개구간의 35%에 해당하는 미군기지 옆길은 자동차 통행이 거의 없어 지금 당장이라도 복원이 가능하다. 지금은 비록 복개돼 하수도, 주차장, 도로로 이용되고 있지만 과거 부평에는 많은 하천이 있었다. 인천가족묘지공원에서 발원하는 굴포천 본류를 비롯해 구산천, 동수천, 산곡천, 세월천, 청천천, 목수천 등 크고 작은 하천들은 부평의 젖줄이고 핏줄이며 생명줄이었다.

 부평구청부터 하류 쪽은 2008년 자연형하천 정비공사가 완료됐지만 상류구간 복개로 아직은 반쪽짜리 자연형하천이다. 산곡천의 현재 복개현황이나 주변지역의 예정된 변화를 감안하면 굴포천 상류 복원은 산곡천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다. 장고개길은 부평구민들이 직접 이용하는 도로라기보다 인천지역의 동서연결도로의 성격이 짙다. 결국 인천 서구와 부천을 직접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경인고속도로를 비롯해 경명로, 봉화로, 길주로, 경인로 등 동서연결도로가 결코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 장고개길은 자칫 부평으로 더 많은 자동차를 끌어들이는 결과만을 초래해 부평을 더욱 팍팍한 도시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

 산곡천 주변에는 산곡여중, 산곡남초, 산곡남중, 산곡고 등 학교가 적지 않다. 지금 부평에는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숨 쉴 공간이 부족하며 자연환경 학습공간 또한 절대 부족하다. 미래부평을 위한, 부평미래를 짊어질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닌 진짜 부평사람들을 위한 도시설계가 필요하다.

 차가 많아 새로운 도로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이미 도시 교통문제의 해법이 아니다. ‘더 넓은 도로는 더 많은 자동차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부평의 이미지는 공장과 콘크리트 아파트 숲, 황량한 아스팔트 도로가 전부였다. 앞으로 부평이 생태적으로 건강한 도시, 활력과 생기 있는 도시 그리고 사회적, 생물학적 약자친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도로개설보다 도심 속 물길을 되살리는 것부터 고민해야하는 것이다.

* 이 글은 2011년 12월 6일자 부평신문의 부평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