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미래, 세계유산과 국립공원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3년 전 일본 홋카이도에 다녀온 적이 있다. 설경과 온천이 유명하다는 막연한 정보만을 가지고 홋카이도를 방문한 필자는 계획된 일정이 끝나고 관광안내서를 뒤져 가볼만한 곳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홋카이도 북동쪽 끝 시레토코 ‘국립공원’이었다.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한 시레토코 국립공원에서의 유빙체험, 눈빛산책과 탐조관광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인천시가 강화의 해양관방유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미 세계유산인 고인돌에 이어 5진·7보·54돈대와 강화산성, 삼랑성 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강화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다시 한번 인정받게 된다. 반가운 일이다. 몇 년 전 광개토대왕이라는 대하드라마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다. 이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는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백제 아신왕의 관미성 전투였다.
삼국사기, 광개토대왕비문 등 기록에 의하면 관미성은 백제 북쪽 변경에 위치한 사면이 깎아지른 듯 가파른 요새로 광개토대왕은 군대를 7개 방면으로 나누어 공략하여 20일만에 함락했다. 이후 고구려는 58개 백제성을 함락했다고 전한다. 요충지였던 관미성의 함락으로 전세가 일시에 고구려로 기운 것이다.역사학계에서는 교동도의 화개산성과 강화도 하음산성, 파주의 오두산성 등을 관미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화도와 교동도 등 인천경기만의 섬들은 조선과 고려시대뿐 아니라 삼국시대부터 이미 관방요충지로 우리나라 역사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백두대간과 DMZ(비무장지대), 서해안갯벌을 일컬어 한반도의 3대 생태축이라 한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3대 생태축이 교차하는 곳은 단 두 곳뿐이다. 강원도 고성의 향로봉일대와 강화도 등 인천경기만, 이 두 곳이 바로 우리나라 자연생태계를 대표지역이다. 인천경기만에서 서해안갯벌과 비무장지대가 교차한다. 또 백두대간의 속리산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인 한남정맥이 수원 광교산, 시흥 수리산, 인천 계양산으로 거쳐 강화도 앞 문수산까지 이어진다. 결국 인천경기만은 3대생태축이 만나는, 한반도에서 자연생태적 가치가 가장 큰 지역인 셈이다.
인천경기만의 역사문화적인 가치와 자연생태적인 가치는 무관하지 않다. 백두대간의 13정맥 중 한남정맥, 한남금북정맥, 한북정맥, 임진북예성남정맥, 해서정맥에서 발원한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인천경기만으로 흘러든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은 인천경기만의 갯벌을 비옥하게 하였고 갯벌은 갯지렁이와 칠게, 조개와 낙지, 꽃게와 새우를 길렀고 수많은 도요물떼새들이 찾아온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인천경기만을 통해 세계를 만나고 지금도 수많은 외국인들이 인천공항, 인천항을 통해 우리나라를 찾는다. 인천경기만은 과거에도 지금도 또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역사문화, 자연생태의 중심일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인천경기만에는 국가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해 법으로 보호하는 역사문화자원, 자연생태경관자원이 많다. 자연생태경관자원만도 한강습지보호지역, 장봉도갯벌과 송도갯벌습지보호지역, 대이작도생태경관보전지역, 천연기념물인 강화갯벌, 백령도사곶해변과 무궁화, 대청도동백나무, 소청도분바위, 볼음도은행나무, 강화도사기리와 갑곶리 탱자나무 등 셀 수 없이 많다. 인천에는 국립공원 빼곤 다 있다.
문화재와 자연환경에 군사시설 보호까지 더해지면서 주민들이 적지 않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곧 인천경기만의 자연생태와 역사문화자원들이 인천의 보배임을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2010년 발표된 우리나라 국립공원 연구결과에 의하면 국립공원 평균 연간 약 3400억원의 경제효과와 약 3800명의 고용효과를 거두고 있다. 국립공원이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독일의 갯벌국립공원에는 연간 6조원의 관광소득을 올리고 있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인천에 온다. 그런데 그냥 인천을 지나쳐 서울로 다른 지역으로 가버린다. 인천에 머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천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갯벌을 비롯해 인천에는 세계적으로 손꼽을만한 것은 적지 않은데 우리는 그동안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정받기를 꺼려했다. 문화재보호, 자연생태보호가 지역발전을 막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갯벌매립, 도로건설, 택지개발 등 건설경기가 부양되면 지역경제를 활성화될 것이라는 단순한 발상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강화해양관방유적의 세계유산등재, 인천경기만 갯벌의 국립공원지정으로 인천의 미래를 준비하자.
* 위의 글은 2015년 11월 19일 인천일보 환경의창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