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섬 기획칼럼 2탄 _ 인천팔경과 섬

2015년 12월 8일 | 성명서/보도자료

인천섬연구모임과 인천일보 공동기획으로 지속가능한 섬이야기를 12회 기획칼럼으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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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7일

                                 인천팔경과 섬

                                       이영태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이사

 
 ‘~팔경’은 ‘~공간’의 대표적인 절경을 의미한다. 팔경은 북송(北宋)의 문인화가였던 송적(宋迪)의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에서 출발한다. 중국 동정호(洞庭湖) 일대의 소강과 상강이 만나는 지역을 ‘소상’이라 칭하는데, 이곳의 계절에 따른 운치를 여덟 제목으로 화폭에 담은 게 ‘팔경도’이다. 

 그림의 제목은 각각 평사낙안(平沙落雁), 원포귀범(遠浦歸帆), 산시청람(山市晴嵐), 강천모설(江天暮雪), 동정추월(洞庭秋月), 소상야우(瀟湘夜雨), 연사만종(煙寺晩鍾), 어촌석조(漁村夕照)이다. 기러기, 돛단배, 아지랑이, 눈, 둥근달, 밤비, 종소리 등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어 시각과 청각을 자극했을 경우 그것을 절경으로 인식했다. 중국에서는 ‘소상팔경(瀟湘八景)’을 절경의 대표적인 예로 여겼다. 많은 시인 묵객들이 팔경을 소재로 시를 창작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송도팔경>, <관동팔경>, <문경팔영>, <삼척팔경>, <공주십경>, <평해팔영> 등이 해당 공간의 대표적인 절경과 관련돼 있다. 인천과 관련해 <강화십경>, <교동팔경>, <영종팔경>, <계양팔경>, <부평팔경>, <서곶팔경>, <용유팔경>, <덕적팔경>이 있으며 ‘인천팔경’이라 뭉뚱그려 있는 다섯 개 중에서 중구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네 개와 남동구의 경우 한 개가 있다. 

  <강화십경>은 강화유수 김로진(金魯鎭, 1735∼1788)이 관할지역을 시찰하다가 풍광이 뛰어난 곳에 문인들의 자취가 뜸한 것을 애석하게 여겨 선정한 것이다. 남산대에서의 비 개인 날에 뜨는 달(南臺霽月), 북장의 봄에 기르는 말(北場春牧), 진강산으로 돌아오는 구름(鎭江歸雲), 적석사에서 바라보는 낙조(積石落照), 오두돈대에서의 고기잡이 불(鰲頭漁火), 연미정의 조운선(燕尾漕帆), 갑곶 성에 벌려있는 초루, 보문사에 밀려오는 파도(普門疊濤), 선두평의 가을걷이(船坪晩稼), 참성단의 맑은 조망(星壇淸眺)이 그것이다. 척후 및 열병의 기능을 하던 곳, 벌대총이라는 말을 기르던 곳 등 강화십경 중에서 여섯 개가 군사적 목적과 밀접한 공간이었다.

 <교동팔경>은 동진에서 손님을 전송(東津送客), 북문에서 농사 살핌(北門觀稼), 응암에서 달구경(鷹巖賞月), 용정에서 꽃구경(龍井探花), 먼 포구의 세곡선(遠浦稅帆), 외로운 암자의 종소리(孤菴禪鍾), 서도의 고기잡이 등불(黍島漁燈), 진산의 저녁 봉화(鎭山夕烽)이다. 교동의 지리적 위치를 고려해 군사 기능(저녁 봉화), 교통(송객, 세곡선)과 생산물(고기잡이 등불, 농사) 등이 두루 선정되었다.   <용유팔경>은 3개의 버전이 있다. 낙조, 단풍, 바위(巖), 돛단배(歸帆), 꽃(海棠), 구황식물(蓴菜)이 등장하고 있다. 순채는 현전하는 인천팔경 중에서 유일한 음식재료이다.

  <덕적팔경>은 서호은파(西湖銀波) 오진섭(吳振燮)이 선정했다. 국수봉의 단풍(國壽丹楓), 용담으로 돌아오는 돛단배(龍潭歸帆), 운주산의 달(雲注望月), 황해 바다의 낙조(黃海落照), 울도의 고기잡이 불[소리](蔚島漁火[(磬]), 문갑도의 풍월(文甲風月), 선갑도의 저물녘 구름(仙接暮雲), 모래밭에 내려앉은 기러기(平沙落雁)이다. 특히 선갑도의 저물녘 구름(仙接暮雲)은 독특한 독법(讀法)이 필요하다. 이미 황해 바다의 낙조(黃海落照)가 있기에 저물녘 구름(暮雲)은 선갑도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화강암석과 결부해 이해해야 한다. 화강암석과 저물녘 구름에서 후자는 북새구름이다. 선갑도의 하늘 위에 북새구름이 피어났을 때, 농담을 달리하는 붉은빛이 병풍처럼 섬을 둘러싸고 있는 화강암석을 비추고 있는 모습은 여타의 낙조와 비교할 수 없는 절경이었다. 현전하는 인천팔경에서 ‘暮雲(저물녘 구름, 북새구름)’과 관련된 경우는 <덕적팔경>의 선접모운(仙接暮雲)이 유일하다. 

  이제까지 인천팔경과 섬을 개괄해 보았다.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등장하고 있었던 것은 ‘○○歸帆’이었다. <강화십경>의 연미정의 조운선(燕尾漕帆), <교동팔경>의 먼 포구의 세곡선(遠浦稅帆), <용유팔경>의 팔미도로 돌아오는 돛단배(八尾歸帆), <덕적팔경>의 용담으로 돌아오는 돛단배(龍潭歸帆)가 이에 해당한다. 

  물론 섬 지역은 아니지만 <부평팔경>과 <계양팔경>, 그리고 중구와 남동구를 중심으로 선정된 ‘인천팔경’에도 ○○歸帆이 있다. 해당 지역이 섬이건 바닷가와 인접해 있건 ‘歸帆’이 선정된 이유는 지역의 높은 공간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면 ‘○○歸帆’을 감상할 수 있었기에 시대나 지역을 초월해 등장했던 것이다. 

  인천이 광역화되기 이전부터 섬이건 육지이건 상관없이 선정된 ○○歸帆은 인천 사람들이 공공의 기억으로 삼았던 팔경이었다. 여타 지역과 변별되는 인천광역권의 특징이 ○○歸帆에 있었기에 공공의 기억을 확장하고 지속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