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섬연구모임과 인천일보 공동기획 지속가능한섬이야기 2015년 12월 21일자 http://www.incheonilbo.com/?mod=news&act=articleView&idxno=682142&sc_code=1398672476&page=&total= |
문학산정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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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기 인천섬연구모임 운영위원장 |
문학산을 자주 찾는다. 내가 문학산을 찾는 이유는 섬에 있다. 노적봉에서 바라보는 인천 섬 풍광이 제법 멋지다. 아쉬움도 있었다. 문학산정에서 바라보는 인천 앞바다를 항시 고대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미추홀의 서원이 서린 문학산정이 개방된다하여 발길을 재촉했다. 산정이 가까울수록 미추홀고성의 자태와 숨소리가 금방이라도 눈앞에서 뛰쳐나올 것만 같았다. 비류가 애면글면 목숨을 건 이주를 감행하면서, 왜 이곳을 미추홀이라 정하고, 뿌리내려 정착했는지 상상이 나래를 폈다.
산정은 마침 초설이 내려 운치를 더했다. 원도심인 문학동 일대가 눈에 잡힐 듯하다. 문수산과 계양산, 철마산, 주안산, 소래산으로 둘러싸인 한남정맥이 물결치듯 펼쳐졌다. 인천을 품고 있는 지세도 아늑할 뿐 아니라, 수려하다. 눈이 해맑게 씻긴다.
뭐라 해도 인천은 섬과 바다가 보물이다. 산정에서 바라보는 인천 앞바다는 가히 ‘서해제일경’이다. 점점이 떠 있는 눈부신 섬들의 자태는 한 폭의 진경산수가 따로 없다. 팔미도를 중심으로 좌로는 대부도, 영흥도, 자월도가 우로는 덕적도, 무의도, 장봉도, 영종도, 월미도, 강화도가 파노라마로 지척이다. 눈에 잡힐 듯, 살아 숨 쉬듯 도원향을 풍긴다. 옛 시인 권시도 문학산에 올라서 “무능도원의 안개비 사이로 고깃배 떠 있네”라고 하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인천은 섬과 바다를 등한시 했다. 접근성도 최악이다. 아직도 연안부두 전철역이 없다. 도로, 철도 등의 기반시설이 일제히 서울을 향해 있고, 정작 인천의 섬과 바다를 연결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 인천은 스스로 인천이 가진 특색을 외면하고 소외시키며 성장한 도시이다. 그 대가는 컸다. 인천의 섬과 바다가 정책의 오지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이다.
나는 이 기회에 인천을 인천답게 재발견하기를 대망한다. 섬과 바다가 지니고 있는 생태자연과 문화예술 가치는 무궁하다. 기왕이면 인천 섬들이 갖고 있는 유서 깊은 역사문화와 자연생태에 주목하고 보존하기를 바란다. 교동도의 삼도수군통어영, 교동읍성을 비롯하여 덕적도의 해송, 장봉도의 소사나무 당산목, 문갑도 당산, 백아도 섬집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인천 섬은 생태와 역사가 조화로운 섬문화유산으로 눈부시다.
하지만 우려도 크다. 선갑도 채석장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주민 대다수가 채석장 지정에 반대 의견을 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옹진군이 나서서 산림청에 찬성 의견을 전달한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
섬 보존에 앞장서야할 해당 군청과 지자체가 도리어 섬 파괴 행정을 펼친다면 납득불가다. 나는 섬 문제만큼은 섬주민과 대화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당사자인 섬주민에게 먼저 공감동이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섬은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 오로지 개발과 관광만 있게 되면 섬은 고유한 특색을 잃게 된다. 지속가능한 섬은 획일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의 섬은 그 주변 섬과의 관계에서 위치한다. 서해 5도와 덕적군도는 역사·문화적으로 다르다.
굴업도는 그 주변 섬인 문갑도, 각흘도, 백아도, 울도, 선갑도라는 섬벨트와 무관하게 묶여서도 안 된다. 선갑도가 자월면에 속한다고 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덕적군도 섬주민의 정서를 무시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섬은 뱃길로 이어진 순환의 연관성에서 파악해야 한다.
지금 무엇보다 인천 섬이 부활하기 위한 최우선은 ‘학교의 귀환’이다. 학교는 섬공동체의 구심이다. 덕적군도만이라도 덕적도 초중고를 기숙형 학교로 만들어 인근 섬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자녀를 가진 젊은 세대주들이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섬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섬이 섬다워야 섬의 가치가 있듯이, 인천 섬을 더 이상 난개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인천은 얼마나 많은 섬들을 파괴해왔는가? 그동안 무수한 갯벌과 섬들이 파괴되고 매립된 역사는 낯 뜨겁기 짝이 없었다. 문학산 개방으로 인천의 보배인 섬과 바다가 시민의 품으로 귀환한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제라도 섬과 바다를 터전으로 삼은 인천의 재발견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세기 인천섬연구모임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