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청소년인천섬바다기자단 ‘파랑’ 10기 취재 (12/5_장봉도)

2020년 12월 10일 | 섬•해양

[2020 청소년기자단 파랑과 함께] 만지고 버리고 방치하고…우리의 섬 지켜주세요

 

지난 5일 이른 아침부터 중구 삼목선착장에 모인 10기 파랑기자단은 장봉도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다. 겨울 칼바람을 가르며 도착한 장봉도는 1시간밖에 안 걸릴 정도로 육지와 가까운 섬이었다. 장봉도에 첫발을 내딛자 보이는 산들은 웅장했다.

장봉도는 동쪽에서 서쪽까지의 길이는 9㎞, 남과 북의 폭은 약 1.5㎞로 형성돼 있다. 해발 149m인 국사봉을 중심으로 높고 낮은 여러 산봉우리가 동서로 길게 뻗어 있어 장봉도(長峰島)라고 불린다. 곧게 뻗은 길을 따라 걸으면 광활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를 받은 파도들은 금빛을 내며 출렁거렸다.

▲은혜 갚은 ‘장봉 인어’ 전설

장봉도 선착장엔 인자한 표정을 짓는 인어상이 파랑기자단을 반기고 있었다. 이 인어상은 장봉 주민들이 은혜 갚은 인어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 장봉도의 한 어부가 그물에 걸린 인어를 발견했다. 발견된 인어는 마치 사람과 같이 머리카락이 있고, 다리 대신 지느러미가 있었다고 한다. 어부는 눈물을 흘리는 인어의 보고 그물을 풀어 바다로 돌아가게 도왔다. 이후 장봉도 바다에선 물고기가 많이 잡히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은혜 갚은 인어에 대한 전설을 만들고, 인어상을 세웠다. 지역 주민들은 인어상을 본뜬 기념품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동상을 올라타거나 만지면서 훼손되기 시작했다. 2년 전부터 인어상 주변에는 사람들이 동상에 올라타지 못하도록 울타리가 설치됐지만 인어상의 훼손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70여년 간 장봉도에서 사는 강용희(72) 선장은 “이야기 속에만 있던 인어가 동상으로 만들어져 주민들이 참 좋아했는데 관광객들이 동상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훼손 방지를 위해 울타리를 설치하긴 했는데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을 지켜주는 소사나무

장봉도 지역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당산목 소사나무는 회색과 갈색이 조화롭게 어울려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뒤엉켜 있는 가지들은 한 폭의 그림과 같이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했다. 소사나무는 자작나무의 일종으로 섬 지역 혹은 해안가에서 주로 자란다.
장봉도에 있는 소사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꼿꼿하게 서 있는 나무는 그동안의 세월의 흔적을 보여줬다. 주민들 말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장봉도 주민들과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소사나무는 잊히고 있다. 나무 주위엔 사람들이 버리고 간 담배꽁초가 널려있을 뿐 아니라 소사나무를 지키기 위해 처져 있던 울타리도 넘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넘어진 울타리 사이로 넘어가 소사나무를 함부로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한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인천지역 환경단체는 장봉도 소사나무와 같이 섬 지역에 문화적·생태적 가치가 높은 나무들에 대한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최근 백령도 무궁화 나무가 태풍 등으로 고사하면서 섬 지역 나무들에 조사와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장봉도 소사나무도 조사가 필요한 나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장봉도의 자부심 ‘김’

시원한 바닷바람이 부는 장봉 4리. 이곳엔 장봉도의 특산품인 김을 생산하는 양식장이 있다. 장봉도 김은 전통방식인 지주식으로 양식한다. 지주식 김 양식은 얕은 바다 밑에 나무를 세우고 그물을 설치해 김 포자를 붙여 기르는 방식이다. 지주식 김이라 표면은 약간 거칠고 두툼하지만 맛이 달기로 유명하다.
양식된 김은 건조기계, 초제실, 이물질 선별기 등 위생적인 시설을 갖춘 ‘친환경 김 건조공장’에서 생김이나 맛김용으로 가공 처리된다.
김을 만드는 어민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지역 특산품이 어민들 손에서 직접 생산, 가공 등이 되고 있어서다. 이봉구 장봉영어조합법인 대표는 “장봉도 김은 영양제 등 약품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며 “해마다 생산되는 김의 품질을 자체적으로 확인해 소비자들에게 내놓고 있다. 앞으로도 장봉도만의 특색있는 김을 유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어민들의 노력이 사람들에게 전해졌는지 장봉도 김을 한번 맛본 사람은 꾸준히 이 김만 찾는다고 한다. 선착장에서 만난 관광객 박모(35)씨는 “장봉도 김을 한번 맛본 후 계속 먹고 있다”며 “기존에 먹었던 김들과 다르게 밀도가 높을 뿐 아니라 맛 또한 진하다. 이렇게 맛있는 광양 김 등과 같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민·관광객 고려 안 한 탁상행정엔 먼지만 가득

▲전기차 충전소 ‘애물단지’ 전락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장봉도에 전기차를 도입했지만 이용률이 저조해 전기차는 대이작도로 보내고 충전소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지난 5일 파랑기자단이 현장을 가본 결과 전기차 충전기 단말 화면에 먼지가 뿌옇게 쌓여있었다. 그 앞에 있는 주차장은 텅 비어있었다. 왕래가 끊겨 더는 관리가 되지 않는 충전소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장봉도는 지난 2017년 섬 순환 교통수단 사업 일환으로 전기차를 도입했다. 당시 섬 내 대중교통의 배차 간격이 길다 보니 사람들이 불편을 겪어 전기차를 도입할 경우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총 사업비는 시비와 군비를 합쳐 3억7000만원이 투입됐다. 사업비로 전기차 7대와 충전소 등을 설치했다. 운영은 마을주민들로 이뤄진 장봉도발전협의회가 맡았다.

그러나 장봉도는 육지에서 차를 싣고 들어올 수 있는 섬 중 하나다 보니 관광객들이 굳이 섬을 들어와 차를 빌릴 이유가 없었다. 또 섬 규모가 작기 때문에 차를 이용해서 돌아보는 것이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장봉도에서 해당 사업을 진행하던 장봉도발전협의회는 지난해 사업 포기서를 제출했다. 이후 전기차는 대이작도로 옮겨 갔고 충전소만 덩그러니 남아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을주민 강모(72)씨는 “차도선이 다니다 보니 관광객들이 차를 타고 들어온다”며 “설령 차가 없더라도 섬 내에 지인이 있으면 차를 빌릴 이유가 없다 보니 전기차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에 대해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장봉도 사업은 섣불렀다고 생각한다”며 “지자체에서 정책을 시행할 때 사전 조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가람 부광여자고등학교 1·전준범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1·임동준 선인고등학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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