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인 입문강좌 후기] 녹색으로 살아가는 길

2021년 2월 3일 | 기획강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언젠가부터 세상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마을버스를 타고 아무 생각하지 않으며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꼭 마주쳤던 작은 언덕이 있었습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나무들이었는데. 헤집어진 나무들 옆에 커다란 포크레인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굳이 왜?’ 문득 스친 생각이었지만 그 이후부터 삶을 살아가며 이질감을 종종 느끼게 되었습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상과 풍경들이 조금씩 흐릿해졌습니다. 목적지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내가 있어야 할 곳과 해야 할 일들을 찾아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6강 한남정맥과 하천 현장강좌-인천가족공원 부근 한남정맥

그런 과정 속에서 1월 5일 인천녹색연합의 수습활동가가 되었습니다. 저를 기다리고 있던 첫 일정이 바로 녹색인 입문 강좌였습니다. 활동가로서 정체성을 찾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제게 꼭 필요한 강의였습니다.

약 한 달 동안 9강좌를 수강했습니다. 환경정책과 관련한 기초이론부터 기후위기·자원순환 등 최근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슈들을 공부했습니다. 또한 제 생활터전이자 활동을 이어나갈 인천지역을 이해하는 시간도 마련됐습니다.

특히, 인천의 지리적 특성 및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한남정맥과 하천에 대한 학습이 주요했습니다. 이 부분은 이론 강좌와 함께 현장 강좌로 구성되어 실제 한남정맥과 하천을 탐방하기도 했습니다.

6강 한남정맥과 하천 현장강좌-굴포천

무엇보다 4강 ‘철드는 삶, 생태적인 삶’ 강좌를 통해서 나는 누구이고, 어떤 활동가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했습니다. 그동안 세밀하고 밀접하게 자연과 환경문제를 챙기지 못했던 저를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다소 진부한 표현이지만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강의가 마무리 될 때에는 더 성장한 나를 마주하겠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과연 만족할 만큼 충분한가를 확답내리기는 어렵지만 조금은 나라는 존재와 환경을 이해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늘 해오던 생각이 있습니다. 나는 살아있는 동안 잠시 지구에 얹혀살고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가히 가늠할 수 없는 지구의 역사에서 나는 티끌만도 못하니, 최대한 겸손히 머물다 때가 되면 조용히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더욱 녹색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한껏 녹색으로 살며 의미 있는 일들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 녹색인 입문 강좌는 그 길을 걷기 위한 첫 출발점이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제 모습들이 기다려집니다.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초심만 잃지 않으면 때론 비틀거리더라도 제 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언제나 녹색으로 살아가는 길 위에 서 있겠습니다.

 

7강 섬과 한강하구 현장강좌-연미정에서 바라본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