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랫물이 윗물 되는 베르네천

2020년 4월 1일 | 성명서/보도자료, 하천

[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28) 베르네천 –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전쟁 때 사람들이 많이 죽어 개울물이 온통 핏물로 피비린내가 진동해 비린내라 했다’
‘어원적으로 별, 베리, 비리는 벼랑을 뜻하는데 벼랑내라 부르다가 베르네가 되었다’

부평과 계양 그리고 부천은 하나의 분지(盆地) 안에 있는 도시다. 계양산~천마산~원적산~만월산~성주산~원미산으로 이어지는 환상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중 가장 높은 봉우리는 계양산이다. 계양산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대장들 뒤로 보이는 산이 원미산이다. ‘멀미’라고도 부른다는 원미산은 대해 『부천사연구』에는 ‘옛날 부평부 관아의 동헌에서 이 산을 보면 정통으로 바라보이는데 아침 해돋이 때의 산세가 선연하고 아름답다며 저녁노을에 반사된 그 푸르름은 단아하기가 비길 데 없어 도호부사가 원미산이라 불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전쟁 때 사람들이 많이 죽어 개울물이 온통 핏물로 피비린내가 진동해 비린내라 했다’
‘어원적으로 별, 베리, 비리는 벼랑을 뜻하는데 벼랑내라 부르다가 베르네가 되었다’

부평과 계양 그리고 부천은 하나의 분지(盆地) 안에 있는 도시다. 계양산~천마산~원적산~만월산~성주산~원미산으로 이어지는 환상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중 가장 높은 봉우리는 계양산이다. 계양산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대장들 뒤로 보이는 산이 원미산이다. ‘멀미’라고도 부른다는 원미산은 대해 『부천사연구』에는 ‘옛날 부평부 관아의 동헌에서 이 산을 보면 정통으로 바라보이는데 아침 해돋이 때의 산세가 선연하고 아름답다며 저녁노을에 반사된 그 푸르름은 단아하기가 비길 데 없어 도호부사가 원미산이라 불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베르네천은 그 원미산의 북동쪽 기슭에서 시작된다. 칠일약수터가 발원지이다. 산기슭에 위치한 산울림청소년수련관 입구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가까이 가면 비릿한 하수구 ‘냄새’가 난다. 빛바랜 안내판에는 부천 남부수자원생태공원에서 하수를 고도처리해서 역곡천으로 방류하는 처리수 중 하루에 5천㎥를 2.57km를 압송하여 흘리고 있다고 적혀 있다. 고도 처리했다지만 거품과 냄새를 완전히 처리하지는 못했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여기서는 하수(下水)가 상수(上水)인 셈이다.

부천에는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한 하수가 상수가 되는 하천이 3곳이다. 시민의 강과 심곡천 그리고 베르네천. 앞으로 여월천에서도 하수가 상수가 될 예정이다. 산이 작고 계곡이 깊지 않은 하천은 물이 많지 않다. 특히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힌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사람들이 쓰고 버린 물이 많다. 그런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끌어오고 버리는 물, 상수와 하수는 땅속 관을 따라 흐른다. 메마른 도시에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하천을 복원하고자 할 때 중요한 것이 유지용수이다. 쓰고 버린 물이 주목을 받는다. 부천의 하수종말처리장인 굴포천 하류 북부수자원생태공원과 역곡천 하류 남부수자원생태공원에서는 윗물을 만들고 있다.

‘본 지역은 2018년 12월 19일 부천시 공고 제2018-2407호 부천역곡 공공주택지구 지정되어’, 베르네천이 시작되는 곳은 아직은 시골이다. 둘레길 안내판과 베르네천 안내판을 따라 좁은 시골길을 내려오면 또 다른 안내판으로 만난다. 곧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안내판이다. 차량 한 대 간신히 지나는 도로 한쪽으로는 팬스가 설치되어 있고 팬스 너머로는 제법 많은 윗물을 흘리는 베르네천이다. 반대편은 밭이었다가 양묘장이었다가 주말농장이고 과수원이다. 더 내려오면 손칼국수, 커피전문점, 추어탕, 장어마을이다. 길주로를 지난 베르네천은 잘 정비된 구간을 만난다. 휴먼시아아파트와 전원마을 단지에서 산책 나온 시민들이 제법 많다. 이렇게 시원한 물길을 따라 내려오는 것도 잠깐이다. 베르네천은 다른 도시의 하천들처럼 부천시립꿈여울도서관 부근에서부터 덕산초등학교까지 2km가 넘는 구간이 복개되어 있다.


도시의 하천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각종 쓰레기와 하수를 받아들여야 했다. 사람들은 지저분해진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어 아래는 하수도를 만들었고 위는 도로나 주차장을 만들었다. 어떤 복개하천 위에는 시장이 생겼다. 청계천 복원의 모델이 되었다는 제주 산지천 복개구간에는 제주시 동문시장이 있고 지금 헐렸지만 굴포천 복개구간에도 있었다. 부평1동 동사무소(지금은 행정복지센터) 앞 지금은 운동기구가 설치된 곳이 노점상 생계지원책으로 만든 ‘한아름상가’가 있던 곳이다. 베르네천 복개구간에도 얼마 전까지 베리내시장이 있었다. 원종e편한아파트 앞 노상주차장 100미터가 허름한 시장건물들이 늘어서 있던 곳이다.

‘1960년대 고무 옷과 가스 마스크를 입고서 불도저를 이용해 구덩이를 파고 화학물질 수백갤런을 버렸다’, ‘토양분석 결과 오염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 매립했던 화학물질을 다른 곳으로 이송했거나 증언 자체가 신빙성이 없다’

김포공항이 지척인 부천에도 미군기지가 있었다. 캠프머서다. 1993년 반환되어 지금은 한국군이 주둔하고 있다. 2011년 전국적으로 미군기지 고엽제매립이 논란이 벌어졌을 때 캠프머서는 화학물질을 매립했다는 퇴역 미군의 증언이 있었다. 민·관·군 공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자료조사와 현장조사, 물리탐사 등 지하에 전류를 흘려 매장된 물질을 알아낸다는 전기비저항탐사까지 진행했지만 조사단의 결론은 ‘이상없다’였다. 그런데 2013년 5월 토양정밀조사보고서에는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3지역)를 초과했고 석유계총탄화수소(TPH)도 5배 이상 초과오염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캠프머서에서 화학물질을 매립하거나 버렸다면 땅 속에서 지하수로, 하수도를 따라 베르네천으로 흘러들었을 것이다. 땅 속은 전체를 파보기 전에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캠프머서였던 곳도 다른 기지들처럼 곧 개발된다. 퇴역미군의 증언은 아직 유효하다.

긴 복개구간을 지나온 물은 오정아트홀을 지나 덕산초등학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다시 햇볕을 받는다. 봉오대로 아래를 지나 제방에 올라서면 넓은 들이 펼쳐진다. 대장들이다. 김포공항에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가깝다. 곧 동부간선수로다.

2020년 4월 1일자 인천in에 게재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