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이 한심하고 볼품없는..
외로운 섬 같다고 느낀 적 있나요?
누군가 찾아와 주길 바라지만,
초대하기에는 너무 누추한. 그런 섬.
하지만 곳곳에 아직 희미한 사랑의 빛깔이 스며,
내버려둘 수 없는 그런 섬 말이에요.
어쩌면 우리가 섬을 찾는 건 나와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나와 닮았기에 자꾸만 애정이 가고.. 그곳에서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진실된 나에게 몰입하는 시간을 갖는 거지요.
이번 백령도 탐방 또한 그 여정이 우리 자신을 향해 있었기에 특별하지 않았나 싶어요.
인천시 깃대종 총 다섯 종 중,
무려 네 종을 만날 수 있는 한국 서해 최북단의 섬이기도 하구요 🙂
특별하고 아름다운 섬, 백령도.
이 백령도를 함께 탐방할 가디언즈들은 어떤 분들이실지 궁금했어요.
처음엔 단순히 동물과 바다를 좋아하고.. 근데 그중에 물범을 특히 좀 더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일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백령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어요.
첫째날 백령도에 도착해서 물범과의 만남을 고대하던 그 표정은.. ‘와 이 사람들 정말 물범 덕후구나’, ‘정말 찐사랑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했죠.
믿겨지세요? 몇 시간씩 계속 물범 얘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날이 무덥고, 몸이 피로해도 물범만 생각하면 해발쪽 웃는 사람이 있다는 걸요.
그래요. 물범이 여간 귀여운 동물이 아니라는 거 인정합니다.
근데 다른 귀여운 동물이 좀 많아요? 어떻게 이렇게 물범에 꽂힐 수 있나.. 신기할 노릇이었죠.
물범에 빠지게 된 계기를 여쭈었더니, SNS에서 우연히 물범 사진을 본 이후, 물범을 보러 남극에 갔으나 물범을 보지 못한 이후부터 등 각기 다른 답을 주시더라고요. 하지만 말씀을 들어도 여전히 잘 납득이 안 갔어요(웃음).
그래요, 누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데, 합리적인 이유 같은 것을 따져물어 뭐하겠어요.
그냥 이 사람들은 그 이후부터 물범을 좋아하기로 작정한 거예요.
우리가 바로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졌던 그때처럼요.
한편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지난 겨울 아주 혼란스럽던 시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로 나왔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왜 이 추운 날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느냐는 질문에 “내게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답하던 사람들이요.
그것들은 왜 그 사람들에게 소중하게 됐을까.. 그리고 이번 백령도 여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왜 물범을 좋아하게 됐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계속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다가 이윽고 이런 답이 맘속에 떠오르더라고요.
무엇인가를 소중히 여기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가 살아갈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삶의 큰 의미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결국 그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인 것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각별했던 그 표정들이 이해가 되었어요.
첫째날, 하늬해변에서 물범과 아쉬운 만남을 가진 후, 저녁에 다같이 모여 반상회 시간을 가졌었는데요.
박정운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님께 백령도에서의 활동과 물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있었는데,
단장님이 멀~리서 우리가 물범을 볼 때, 물범도 우리를 본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범이 호기심이 많대요. 우리가 ‘쟤네 저기서 뭐하고 있지?’하며 쳐다보는 것처럼 물범들도 ‘저 사람들 저기서 뭐하지?’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본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마찬가지로 날 바라봐 준다니! 완전 최고 아닌가요?!
눈맞춤.
살아있는 진짜 몸과 몸으로 만난다는 것.
생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
이 중요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 곳에 온 거 아니겠어요?
단장님의 얘기를 들은 물범가디언즈님들의 얼굴에 얼마나 활짝 웃음꽃이 피던지요.
거기에 더해 이번 활동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던 건, 나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헤어질 때 다들 뭐가 그리 감사한지 자꾸 감사하다고 감사하다고, 감사인사를 마구 해주셨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인사는 이 시간을 함께해 주고 이 자리를 마련해 준 서로를 향한 감사였던 것 같아요.
착하디 착한, 호기심 많은.
아름다운 물범 같은 사람들.
또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보내다가,
사랑과 감사의 배터리에 충전이 필요한 날, 이 2박3일간의 짧은 추억을 되새겨 보도록 해요.
물범가디언즈! See U aga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