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섬의 가치와 선갑도

‘루베당 300원씩 출연할 의사가 있다’
선갑도에 채석단지를 추진하는 업체 관계자가 최근 언론에서 밝혔다. 바다모래 채취업체들은 그동안 선갑도와 덕적도 인근 바다에서 바다모래를 퍼내며 루베(㎥)당 334원을 주민발전기금으로 출연했다. 옹진군은 이와 별도로 공유수면 점사용료로 3340원~3402원을 받았고 연간 200억원이상 세금을 거둬들였다.

2004년 봄 덕적면과 자월면의 주민들은 ‘바다모래 채취반대와 인천섬살리기 주민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모래는 섬주민의 쌀이다’, ‘섬이 무너진다’ 바다모래채취를 반대했고 옹진군은 2005년부터 인천앞바다에서의 모래채취 중단을 선언했다. 업체들은 주민발전기금 출연을 약속했고 주민들의 바다모래채취 반대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2년 만에 바다모래채취는 재개되었고 100만㎥ 이하이던 채취량이 차츰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660만㎥의 바다모래를 퍼냈다. 수백만원씩 현찰로 나눠가지다 보니 주민 간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금까지 공식집계로 2억5천만㎥ 바다모래를 인천앞바다에서 파냈다. 400킬로미터가 넘는 경부고속도로에 폭25미터, 높이 25미터의 모래성을 쌓을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덕적군도의 해저지형이 어떻게 변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정밀조사가 이루어진 바 없다.

선갑도는 덕적군도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를 가진 섬이다. 선갑산에 오르면 덕적군도는 물론 충청남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황해로 나가는 배들은 선갑도를 이정표로 삼는다. 신선의 세계라 하여 선접(仙接)이라 불리며 빼어난 자연경관은 덕적팔경 중 으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전문가들은 덕적군도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도 보탬이 되는 해양국립공원 지정을 역설했다. 덕적군도 중 선갑도는 섬 안팎에 크고 작은 주상절리가 발달했고 호수처럼, 초승달처럼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해안에는 응회암이 많아 전문가들은 과거 화산폭발로 생겼을 가능성과 천연기념물지정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선갑도의 구렁이 이야기는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채석단지를 추진하는 업체에서는 멸종위기1급 보호종인 구렁이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보고서에 기재했다가 문제가 제기되자 다시 조사해보니 있더라 한발 물러났다. 또 선갑도는 가침박달, 쇠뿔석이, 멱쇠채, 두루미천남성 등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의 보고다.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선갑도는 도서지역 식물연구의 가치 또한 높다. 조간대에서는 해양수산부 지정 보호대상해양생물인 새우말로 추정되는 바다식물로 관찰된다.

업체에서는 골재대란이 우려된다며 인천지역 골재수급의 안정화를 위해 선갑도 채석단지 지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토교통부는 5년마다 골재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한다. 2014년  골재수급계획에는 수도권은 전반적으로 수급이 안정이며 ‘인천시의 경우 김포 개발사업 에 따른 부산물 공급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라 명시되어 있다. 인천서구의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옆에는 건설폐기물에서 선별된 순환골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쉽게 짓고 부수는 아파트 중심 주거문화와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환경파괴가 불가피한 채석단지지정이 아닌 순환골재를 활용하는 것이 골재수급의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 업체는 채석 후 복원하겠다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선갑도가 가진 지질경관, 자연생태, 인문지리적 가치를 보전하면서 지속가능한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다. 축제식 양식장을 본래의 아름다운 호상 해안으로 되돌리는 것이 선갑도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인천에 168개의 섬이 있다. 아니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섬이 있다. 그 중 선갑도는 단연 으뜸이다. 돈 몇 푼에 골재용으로, 30년짜리 아파트건설을 위해 그렇게 깨버릴 섬이 절대 아니다. 2007년 이미 인천시도 연안도서 해양환경조사 및 보전관리계획에서 ‘준보전도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천의 가치재창조를 이야기하는 인천시가 덕적군도와 선갑도의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기를 기대한다.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사단법인 황해섬네트워크 황해섬보전센터장)

 

* 이 글은 2017년 2월 13일자 인천일보 환경의창에 실린 칼럼의 원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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