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천에는 우애(友愛)와 소통을 심자

2018년 5월 1일 | 성명서/보도자료

지난 27일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 ‘평화와 번영의 나무’를 심었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흙, 대동강과 한강의 물을 사용하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나무를 심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작을 기념한 것이다. 남북으로 분단된 지 70년도 더 지나, 판문점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함께 한 기념식수는 2018남북정상회담을 더욱 뜻깊게 하였다.

한반도에는 3대 자연생태축이 있다. 하나는 백두산에서 금강산, 태백산,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고 또 하나는 서해안의 섬과 갯벌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분단의 현장인 비무장지대이다. 1953년 휴전협정에 의해 설정된 비무장지대(DMZ)는 서해안의 임진강 하구에서 동해안의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248km의 군사분계선을 따라 폭 4km 정도의 한반도 허리띠에 해당하는 곳이다. 비무장지대는 지난 65년동안 사람들이 거의 출입하지 않아 자연생태계가 살아나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 터전이 되었다.

한강이 임진강과 예성강을 만나 황해로 흘러드는 한강하구와 인천경기만은 한반도의 3대생태축 중 두 개가 교차하는 곳이다. 분단으로 제대로 조사한 바 없지만 한반도에서 자연생태적 가치가 가장 큰 지역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멸종위기종이며 천연기념물, 보호대상해양생물로 2014인천아시안게임 마스코트였던 점박이물범은 인천경기만에서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간다. 또 천연기념물이며 세계적으로 4천마리도 채 안되는 저어새는 대부분 한강하구와 인천경기만의 무인도에서 태어난다. 교동도의 제방이 붕괴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확하게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 유속, 유량, 지형 등 한강하구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문에 담긴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 서해북방한계선일대의 평화수역 만들기, 안전한 어로활동 보장’ 이외에도 한강하구와 인천경기만의 남북공동학술조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인천경기만지역은 늘 우리나라 역사의 중심이었다. 파주의 오두산성, 강화 하음산성, 교동의 화개산성은 학계에서 삼국시대 고구려와 백제의 격전지였던 관미성(關彌城)으로 추정하는 곳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유사시 임금이 강화도로 피신했고 교동도는 방어사령부였다. 천안함과 연평해전과 포격.. 지금도 남북분단의 중심지이다. 예성강의 벽란도는 고려시대 국제무역항이었고 임진강의 고랑포도 분단 전까지는 번성한 포구였다. 지금도 외국인들은 대부분 인천국제공항, 인천항을 통해 한반도를 찾는다.

인천항 옆 인천역에는 우리나라 최고령 라일락이 있었다. 외래종으로 정확한 식재 시기와 수령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우리나라 최고령으로 인정했고 2014년 죽었다. 인천역은 1899년 개통된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철도의 출발지였다. 인천역사(驛舍) 서울방향 플랫폼 옆에 있었던 라일락은 인천이 외국문물의 한반도 창구였음을 증언하고 있었다. 비록 고사목이지만 그대로 폐기처분하기가 아쉬워 역사 리모델링 과정에 인천역 한켠으로 옮겨 보관하고 있다. 라일락은 물푸레나무과 식물로 우리말로는 수수꽃다리이다. 꽃말이 형제 사이의 정과 사랑을 의미하는 우애(友愛)이다. 우리나라 토종 수수꽃다리는 북한의 석회암지대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주오두산전망대, 애기봉전망대,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북한의 개풍과 연안지역을 바라보면 산과 들에 나무를 찾아볼 수가 없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개성남북연락사무소가 설치되고 남북교류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에까지 확대되면 북한에 나무를 심자. 남한의 산도 민둥산이었다. 산림녹화에 성공하면서 전국토의 모든 산이 푸르러져 홍수와 산사태가 줄어들고 자연생태가 되살아났다. 북한의 민둥산에 나무를 심자.

내년 식목일 평양식물원에서 우리나라 토종라일락, 수수꽃다리를 가져다 인천역에 심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남과 북의 우애(友愛)의 향기가 인천에서부터 퍼져 나아갈 것이다.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이 글은 2018년 5월 1일 일천일보 환경칼럼에 실린 기고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