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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대장금과 독이 되는 음식의 포로 | | | | | <전문가 기고 - 이화숙의 소박한 밥상>
파(중국산), 숙주(녹두:중국산), 고구마순, 사골액기스, 쇠고기 2.4%(뉴질랜드산), 마늘, 표고버섯, 옥배유, 정제염, 참치조미간장, 고추분, 장국맛분-1(대두)…
이상은 모 식품회사에서 생산 판매하는 육개장 상품에 적혀있는 원료명을 나열해 본 것이다. 이는 지난해 9월 8일 식약청에 의해 바뀐 식품 표기법에 따라 그 동안 대표성분 다섯 가지만 표기해도 무방했던 것이 식품 안전에 대한 강화 차원에서 세부사항과 원산지 표기를 병행토록 하면서 달라진 내용이다.
비록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모든 식품첨가물에 대한 부분까지 명시한 조치는 아니지만 이 정도나마 표기하게 한 것은 그 동안 소비자들 스스로가 유해 식품첨가물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던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렇더라도 이 정도에서의 만족이나 성과를 말하기 아직 힘들다.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는 어떤가.
비만 등 성인병을 일으켜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햄버거엔 아무런 원료표기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건강을 지키기 위한 관련법 강화는 더욱 세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패스트푸드 이야기가 나왔으니 갈수록 발달하는 패스트푸드 문화에 대해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지금 우리나라는 주식인 밥부터 반찬 하나하나까지도 패스트푸드 양산화가 이뤄진 상태다. 음식 솜씨가 부족하더라도 얼마든지 맛있는 반찬들로 식탁을 채울 수 있고 누구나 고향의 맛이 살아있다는 구수한 된장찌개를 단 3분이면 끓여 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비약하자면 음식에 관한 한 전자렌지와 주부가 ‘대장금의 요리솜씨’를 흉내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제 바쁜 일상이 핑계가 되어 패스트푸드가 가족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지만 우리 주부들은 패스트푸드에 대해 별다른 각성이나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의 비만과 아토피 등 패스트푸드와 같이 잘못된 음식으로 인해 우리 가정과 사회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소비자인 우리 주부들의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거의 모든 식품회사가 패스트푸드를 전략화하기에 여념이 없고 마치 이러한 것들이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는 것이라 여기며 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리고 있다. 과연 어떤 주부가 시장을 보며 단지 자기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보이려는 수단으로 발암물질 덩어리인 화학첨가물을 구입해 사용하겠는가?
| 패스트푸드 산업의 추악한 진실을 낱낱이 드러낸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패스트푸드의 제국’ 영화 포스터 | |
패스트푸드를 생산하는 기업들 모두는 오로지 맛에 승부를 건다. 직접 끓인 된장찌개가 아닌 것을 된장찌개로 만들기 위해 이들은 싱싱함이 기준인 원료들에 많은 첨가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또 기업들은 어릴 적 달콤했던 그 맛을 잊지 못해 성인이 되어서도 줄기차게 그들의 제품을 찾아주는 고객 하나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첨가물을 쓴다.
패스트푸드가 무서운 것은 몸에 안 좋다는 트랜스지방의 다량 함유, 고칼로리, 부족한 영양소 등의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서도 한 번 그 맛을 접한 사람은 놓치지 않고 다시 먹게 만든다는 점이다. 바로 이들의 주성분인 지방과 설탕의 미각 자극이 갖는 효과를 통해 실제보다 더욱 음식 맛을 맛있게 느끼게 해 주어 감소는커녕 증가세를 누리고 있다.
현대는 소비자 시대이다. 그 만큼 우리가 패스트푸드를 멀리하여 비록 덩그러니 김치 하나만 올려져 있는 식탁일지언정 손수 만든 음식만으로 식탁을 꾸려간다면 어느 기업이 팔리지 않는 패스트푸드 상품화에 혈안이 되겠는가? 이젠 제발 패스트푸드에서라도 멀어지자.
기업도 진정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패스트푸드의 한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어떤 회사가 자사 운행 차량 모두에 바이오디젤이란 연료를 사용하기로 했다. 바이오디젤은 각종 폐식용유를 활용해 만든 대체연료로 일반 디젤에 버금간다.
생산 비용이 조금 높아서 그렇지 폐식용유를 재활용한다는 점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8%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연료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 회사에서 비용을 더 들이면서까지 친환경연료를 사용하는 것일까? 그들은 몸에 나쁜 패스트푸드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좋은 기업 이미지를 심어줘야 할 필요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제대로 된 먹거리를 식탁에 올리기 위해 우리 소비자들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함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미 미국 자동차 시장에선 하이브리드 자동차, 일명 전기자동차가 판매고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만 보아도 소비자의 의식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한다.
결론적으로 패스트푸드와의 싸움에서 우리 소비자들이 이기는 방법은 안 먹고 가능한 멀리 거리를 두는 것이다. 소비자의 의식변화만이 건강한 음식문화로 우리 식탁을 바꿀 수 있다.자연에서 나는 제철의 것들로 차려진 소박한 밥상만이 우리의 입맛과 가족들의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밥상임을 명심해야 한다.
다소 투박하고 감칠맛은 덜할지언정 우리밀로 만든 무첨가제 부침개로 피자를 대신하고 고유의 떡으로 햄버거를 대신하며, 비록 맛없는 된장찌개를 끓일 수밖에 없는 음식솜씨를 가졌다 해도 최소한 내 가족 식탁만큼은 패스트푸드를 올리지 않겠다는 ‘당신’은 현명할뿐더러 위대하다.
* 필자 이화숙 님은 10여년의 생협활동과 인천녹색연합의 녹색참살이 활동을 통해 친환경적인 먹거리와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주부활동가입니다. 현재는 인천녹색연합에서 시민참여부 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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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녹색연합 시민참여부 이화숙 부장 ( lhs48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