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미군기지 굴포천 복원과 함께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국장 ( 생태도시/연안보전 담당)
얼마전 부평구청에서 열릴 예정이던 인천시의 ‘부평미군기지 등 반환공여구역과 주변지역의 종합계획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주민들에 의해 무산됐다.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천시에 대한 반발심과 부평의 부족한 녹지현실이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를 나서게 한 것이다. 공청회 원천봉쇄와 생태공원 조성 요구는 한세기동안 들어갈 수 없어 지척이면서도 멀게만 느껴졌던 반환미군기지를 더 이상 타인의 공간으로 남아 있게 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확고한 결심의 표현인 듯하다.
요즘 언론에는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맹꽁이에 대한 소식이 심심찮게 발표되고 있다. 인천에도 청라지구와 계양산을 비롯하여 부평미군부대 옆 부영공원, 굴포천 삼각지와 삼산유수지 등 굴포천 주변지역에서 멸종위기 2급보호종인 맹꽁이가 집단서식하고 있음이 언론을 통해 수차례 발표되었다. 대규모 서식지인 청라지구와 계양산만큼 굴포천 주변지역의 맹꽁이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미 콘크리트로 덮여버린 도심 한가운데의 짜투리 땅에서 우리에게 실낱같은 생명의 희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굴포천은 만월산의 인천가족공원에서 발원하여 부평미군기지의 남측을 지나 부평구를 관통하고 계양구, 부천시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인천에서 가장 긴 지방2급하천이다. 부평구 산곡동의 제6보급창에서 발원하여 부평미군부대 북측을 지나는 산곡천을 비롯하여 세월천, 청천천, 동수천, 목수천, 계산천 등이 굴포천의 지류들이다. 이렇듯 굴포천의 본류와 지류는 과거부터 부평평야를 품고 흘렀던 하천들로 부평과 계양, 부천지역의 문화와 역사, 생명의 젖줄이었다. 1980~90년대를 거치면서 과도한 생활하수와 공장폐수의 유입으로 오염이 심각해지고 도시팽창으로 대부분의 구간은 복개되었고 지금은 부평구청부터 하류구간까지만 하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이들은 ‘걸핏하면 맹꽁이가 나타났다는데 맹꽁이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게 맞냐’며 정색하고 묻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장마철에 주로 관찰되는 맹꽁이의 생태와 과거에는 정말로 흔하게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이다. 장마철이면 ‘맹~꽁~’ 하며 정겹게 들려오던 소리가 이제는 어르신들 기억 속의 화석이 되어버린 것이다. 도시가 콘크리트로 덮이면서 맹꽁이의 삶터는 줄어들었고 결국 맹꽁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신세가 되었다. 그런 맹꽁이가 대부분의 도심구간이 복개되어 버린 굴포천 주변에서 꺼져가는 생명줄을 부여잡고 있는 것이다. 급격한 도심변화가 예고되어 있는 부평에서 맹꽁이는 이제 단순히 양서류 한 종이 아니라 부평의 생태축인 굴포천 복원과 녹지축인 미군지기 생태공원조성의 메신저인 것이다.
굴포천이 부평의 동맥이라면 부평미군기지와 부영공원은 원적산과 만월산의 맑은 공기를 부평전역에 전달하는 심장같은 곳이다. 비록 과거에는 일본군과 미군부대주둔으로 오랜 세월 힘차게 박동할 수는 없지만 맹꽁이가 간신히 이어온 생명의 맥박을 이제 생태공원조성과 굴포천 복원으로 다시 뛰게 해야 한다. 복원된 굴포천과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반환미군기지는 녹지율 20%의 부평구에 가뭄의 단비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아직 미군기지 내의 환경오염정화와 예산확보, 주민의견수렴 등 먼 여정을 남겨두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부평의 심장과 동맥을 연결해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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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10-07 17:0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