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권하는 건강먹거리-1

2004년 4월 1일 | 회원소모임-기타

예로부터 동양의학에서는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천일합일론’으로 설명해왔다. 하늘과 사람이 하나라는 이론에 따라 천지의 변화와 인체의 건강 및 질병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봄에 나른해지고 입맛이 없고 일할 의욕조차 나지 않는 등 봄을 타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땅에서 봄기운을 듬뿍 받고 자라난 제철음식으로 봄기운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쇠약하고 병들어 있거나 피로에 쌓여있는 등 뭔가 정상적이지 못한 인체는 봄기운에 잘 적응하지 못해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땅에서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듯 쭉쭉 뻗어 나가는 기운을 목(木)이라 하여 사람의 간에 배속시키고, 꽃이 활짝 피어나듯이 발산하여 퍼져나가는 기운을 화(火)라 하여 사람의 심장에 배속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봄을 타는 사람, 즉 춘곤증을 느끼는 사람은 음양 가운데 양적 기운에 속하는 간과 심의 기운이 쇠약해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간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신맛나는 음식과 심장의 기능을 강화해주는 쓴맛나는 음식을 먹어야 몸에 이롭다. 자연의 오묘한 조화인지는 모르겠으나 다행스럽게도 냉이, 달래, 씀바귀 등 봄철에 우리나라에서 흔히 자라나는 음식재료들은 대부분 쓴맛과 신맛을 띠고 있다. 송미연 경희대 한방병원 재활학과 교수, 원영호 광동한방병원 한방피부과장, 이성환 자생한방병원 진료부장의 도움말로 봄철의 우리 땅이 주는 9가지 건강 먹거리들의 장단점을 숙지한 채 생명감 넘치는 산과 들로 나갈 채비를 챙겨보자. 취나물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근육이나 관절이 아플 때, 요통 두통 등에 효과가 있다. 만성기관지염, 인후염 등으로 가래가 끓는 사람은 장기복용을 하면 효과적이며,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말을 많이 해 목이 아플 때도 좋다. 나물로 만들어 먹거나 달여 마시면 되는데 취나물을 하루 5~20g 당 200cc의 물로 달이거나 가루로 빻아 복용하면 된다. 타박상에 즙을 내서 바르면 효과적이다. 씀바귀 우리가 먹는 나물 가운데 가장 쓴 나물로 통한다. 대개 쓴 식물은 염증을 내려주고 열을 풀어주며 식욕을 증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봄에 어린 잎과 뿌리를 캐어 나물로 무쳐 먹으면 식욕을 돋우고 위장을 튼튼하게 해 소화기능을 좋게 하고 더위에도 강해진다고 한다. 특히 식사를 많이 해도 팔 다리가 마르고 허약한 어린이들의 반찬으로 적격이다.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은 “오장의 사기(나쁜 기운)를 제거하여 심신을 편히 하고 잠을 적게 하며 악창(염증)을 다스린다”고 밝히고 있다. 민들레 흔히 양념에 무치거나 나물을 해먹지만 샐러드로 먹어도 좋다. 만성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생잎을 씹어먹으면 효과가 있다. 종기가 났을 때는 찧어 붙이면 좋다. 꽃피기 전의 민들레는 통째로 말리면 포공영이라는 약재로 쓰인다. 포공영은 피를 맑게 하는약재로 열독을 풀고 종기를 삭히며 멍울을 헤쳐서 병을 낫게 하는 효과가 있어 출산여성의 젖몸살과 여러 부위의 종기 치료에 써 왔다. 또 냉대하 등 음부가 가려울 때나 방광염 또는 요도염일 때 이를 좌훈치료의 재료로 활용하면 좋다. 달래 ‘작은 마늘’로 불린다.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을 가지고 있다. 비장과 신장의 기능을 돕고, 가슴이 답답하고 아플 때 뭉친 기운을 밑으로 내리고 흩어지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양기를 보강하여 성욕을 왕성하게해 남성에게 좋은 봄나물이다.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데 이 가운데 비타민C가 많다. 비타민C는 체내에서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 조절에 관여하여 노화를 방지하고, 저항력도 키워준다. 또한 빈혈과 동맥경화 예방에 특별한 효능이 있다. (계속) 2004. 3. 3. 한겨레 / 안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