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세일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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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수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
인천 전 지역이 개발, 재개발지로 지정되고, 인천의 모든 산, 바다가 온갖 개발로 파헤쳐지는 공사판으로 되고 있어 인천시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피로감도 그만큼 가중되고 있다. 항상 내재적 불안요소를 안고 폭탄돌리기 게임을 하는 압축성장은 그 정점에 달할 때가 제일 위험한 법이다. 이는 마치 구약에 나오는 바벨탑쌓기와 같아 바벨탑이 높이 올라 갈수록 인간의 파멸순간도 가까워지는 것이다.
소위 개발론자들이 내세우는 지역경제활성화 운운은 그나마 콘텐츠도 빈약해 기껏해야 골프장 짓고, 아파트 짓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자유규역의 외자유치와 해외 대형회사 유치는 벌써 물건너 간 지 오래됐고, 아파트자유구역으로 변질되고 있다. 오히려 개발로 인해 그동안 인천에서 기업활동을 꾸준히 해온 회사들이 짐을 싸서 인천을 빠져 나가고 있음에도, 개발론자들은 골프장 건설과 아파트 건설만이 인천을 먹여 살릴 유일한 방법인양 떠들어 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들 사고의 중심에는 토건인천 확립이라는 전략적 목표가 분명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20세기에나 유효했던 토건을 주장하는 그들의 무모함은, 인천을 두바이처럼 모래위에 성을 짓는 전략적 실패를 초래할 것이다. 이제 인천은 토목프레임에서 벗어나 해양프레임으로 인식전환이 이루어 져야 한다. 21세기 인천의 발전전략 기본에 인천의 바다와 섬이 블루오션이라는 인식과 이를 개척하기 위한 노마드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은 기본적으로 해양도시이다. 인천의 바다와 그 앞에 펼쳐진 섬들은 성장동력이 무한한 블루오션이다. 그리고 이것을 개척할 정신은 토건이 아니라 바다의 유목민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바다의 유목민이 되어 인천의 앞바다와 섬들을 개척한다면 골프장, 아파트 짓는 따위의 경제효과와는 비교도 되지않는 엄청난 성장동력을 창출할 것이다. 막대한 환경파괴를 수반하는 인천 곳곳에 추진중인 골프장보다 환경을 잘 보전하고, 요트나 의료, 미용 등과 같은 관광산업을 일으킨다면, 생태관광은 물론 요트생산으로 인한 제조업과 서비스산업까지 활성화 될 것이다.
중국과 무비자 협정을 코앞에 두고 상류층 중국인들이 인천에 골프 치러 올리는 만무하고 요트정도 돼야 그들의 수준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인천에서 오랫동안 기업활동을 해온 제조업체들이 인천을 떠나면 보조금을 받는 어이없는 상황에서, 인천시는 그들을 붙잡을 유인책보다는 빨리 떠나게 하여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지을 궁리만 하니 지역경제가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할 것이다.
오로지 골프장과 아파트만을 지역개발의 바이블로 신봉하는 개발론자들에게 하루빨리 미몽에서 깨어나 바다를 세일하라고 권고하고 싶다. 이제 인천은 외형적인 허세를 벗어 던지고 아파트가 좋은 명품도시가 아닌, 사람 살기좋은 진품도시가 되어야 한다. 인간과 도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상생하는, 그러면서도 성장하는 도시의 활력은 오로지 바다에서 나올 것이다.
* 2010년 2월 4일자 인천일보에 기고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