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와 불륜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한때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본인이 선택하면 ‘구국의 결단’이고 ‘민주주의 수호’지만 남이 하면 ‘정치적 배신’ 또는 ‘민주주의 파괴’ 운운하며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정치판의 철새들을 비꼴 때 자주 인용한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인천에서는 이 시쳇말이 딱 들어맞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강화도 주변 갯벌지역에 추진 중인 두 개의 조력발전소 계획을 놓고 사업 주체인 인천시와 국토해양부간의 신경전이 그것이다. 인천시는 강화도, 교동도, 서검도, 석모도를 대규모 방조제로 잇는 강화조력발전소를, 국토해양부는 강화도와 영종도 사이의 강화남단갯벌을 거대한 인공호수로 만드는 인천만 조력발전소를 각각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세계 최대라 떠벌리며 조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이고 지역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 선전하고 있다.
시·국토부 조력발전 ‘아전인수’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강화조력발전소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문제삼으며 인천만 조력발전소는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이라 강변하고 있다. 또한 인천시는 인천만 조력발전소가 세계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강화남단갯벌이 파괴되고 습지보호지역이 훼손된다며 시장까지 쌍지팡이를 들고 나섰다. 바로 인접지역에 같은 방식의 조력발전소를 추진하면서 서로 상대편의 조력발전소 건설에 흠집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와 중앙정부의 ‘자기 논에 물 대는’식의 이런 행태는 그뿐이 아니다. 인천시는 6000만 평에 달하는 경제자유구역 면적이 적다며 마지막 인천연안갯벌인 송도11공구마저 자투리만을 남긴 채 또 매립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기존투기장을 재활용하거나 준설토 처리에 대한 장기적 대안은 수립하지 않은 채 기존 투기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신규 투기장이 필요하다며 영종도갯벌에 대규모 신규 투기장을 계획하고 있다.
강화도주변갯벌은 세계5대 갯벌로 우리나라 3대 생태축인 서해안갯벌과 비무장지대가 만나는 곳이다. 인천시와 중앙정부에서도 그 가치와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천연기념물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였다. 2008년 10월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당사국총회에서 정부는 ‘연안갯벌은 보전되어야 하고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대규모 매립사업이 승인되지는 않을 것’이라 전세계에 공언했었다. 단지 환경단체와 어민들만 갯벌보전, 생존권사수를 외쳤던 것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정부 스스로 갯벌을 보전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던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지역경제활성화라는 허울은 갯벌파괴, 지역공동체 붕괴의 대규모 토목사업을 포장하기 위한 얄팍한 수에 불과한 것이다.
갯벌보전이 ‘기후변화의 해답’
지난 2월2일은 람사르 협약이 정한 세계 습지의 날이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각국의 역할과 국제적 협력을 통한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해 97년부터 전 세계가 공동으로 노력해오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도 ‘습지보전이 기후변화의 해답’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 습지와 철새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최근 습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흡수원으로도 주목받고 있음이다. 갯벌의 조개들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패각을 만들고 있으며 바다는 자외선 등을 차단해 광합성이 이뤄지기 때문에 해조류의 광합성 질은 육상식물보다 뛰어나다.
우리는 2005년 미국 남부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교훈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그때 연안 습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더라면 피해가 훨씬 적었을 것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그로 인해 더욱 강해질 태풍과 홍수의 피해를 막거나 최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갯벌이 우리에게 가장 경제적이고 환경적인, 가장 ‘인천적’인 해답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2010년 2월 12일자 경향신문 미추홀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