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 26000을 준비하라

2010년 3월 3일 | 성명서/보도자료

 

              ISO 26000을 준비하라

                                                                [환경칼럼]이장수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기업의 경영과 관련해 ISO 인증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래서 각 숫자로 표현되는 각종 ISO 시리즈를 인증받기 위해 기업들이 노력을 해왔다. 그 동안 주로 기업의 품질, 작업여건 상태를 위주로 이뤄진 ISO 인증은 기업의 공신력을 나타내는 척도로 활용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표준화기구가 추진 중인 ISO 26000은 이전의 시리즈들과는 개념이나 질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전의 ISO 인증시리즈가 주로 기업의 내부 활동과 관련해 이뤄졌다면 ISO 26000은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노동계, 비정부기구를 포함한 사회,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사회적 책임 적용을 이슈로 하고 있다.

이는 1970년대까지 경제성장을 통한 양적팽창이 최우선이었던 국가나 기업의 전략이, 경제 성장에 따른 환경오염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함에 따라 경제성장의 양적팽창이 최고의 선택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며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러한 의구심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경제성장의 폐해를 진단하고 ‘지속가능발전’이란 개념을 도입하게 했다. 진화를 거듭한 ‘지속가능발전’은 초기 환경보호라는 협소함을 극복하고 경제성장, 환경보호, 사회통합이라는 광의의 적극적인 미래지향적인 개념으로 전환해 그 책임과 의무, 이행사항을 정부나 기업에만 맡기지 않고 시민사회까지 아우르는 실천 단위를 만들 것을 각 국에 권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경영성과와 함께 사회·환경적 책임까지 제대로 수행할 것을 요청하고 기업들도 점차 이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추세다.

국제표준화 기구는 ISO 26000 제정을 통해 인증을 규격화해 조만간 전 세계 주요 경제 주체들에 적용할 방침이다. 이 인증제가 도입되면 핵심은 기업의 이윤과 더불어 사회적책임 요구에 대한 수용이 될 것이고 각 경제주체들의 사회소통과 사회통합을 위한 내부 프로세스를 강화할 것이다.

이제 인천도 진정한 명품도시가 되기 위해선 일방적 통행보다 각 이해 당사자를 아우르는 사회소통과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해 당사자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한다는 것이 불편하고 답답하고 지루한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만큼 효율적인 방법은 없다.

일방통행으로 인해 야기되는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보다 설득과 노력,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훨씬 가치있고 비용도 더 절약된다는 것은 수많은 학습효과를 통해 이미 체득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인천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진행한 엄청난 환경파괴와 주민들의 분열 갈등은 위험수위를 넘어 파국의 단계로 넘어갈 지경에 이르렀다.

인천시에 이를 해결하고 인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전략기구 설치 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ISO 26000 인증TF를 인천시와 각 분야 주체들로 공동구성해 준비할 것을 진지하게 제안하고자 한다. 인천시가 지자체 중 최초로 ISO 26000을 인증받는 도시가 되길 바라며 준비과정에서 인천시가 직면한 현안과 환경문제 등이 자연스레 논의될 것이며 논의과정에서 인천시와 이해 당사자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는 우선 시와 대립했던 시민사회의 의견을 경청해 현재 추진 중이거나 추진하려는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시민사회는 시의 현안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자세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다가서야 한다.

곧 제정돼 적용될 ISO 26000을 대비해 인천시와 각 주체들이 인증준비 기구를 만들어 진지하게 지역 문제를 논의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인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시와 시민사회의 대립관계를 해소하고 상생관계로 전환할 수 있는 생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인천시의 현명한 전략적 판단을 기대한다.



 *   이 글은 3월 2일 인천신문 환경칼럼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