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아 기다린 봄이지만 함께 찾아오는 춘곤증만은 반갑지 않다. 춘곤증이 더욱 달갑지 않은 것은 딱히 꼬집어낼 만한 증세가 없어서다. 온몸이 나른하게 늘어지면서 어깨가 뻐근하고 감기에 걸린 것처럼 몸이 찌뿌드드한 증상이 대표적. 식후 밀려오는 졸음으로 정신을 차리기 힘들고, 심하면 불면증과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약을 먹거나 아프다고 호소할만큼 증상이 명확하진 않다. 춘곤증을 이기는 좋은 방법은 뭐니뭐니 해도 잘 먹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영양을 고루 섭취하지 않으면 음식물을 소화 흡수해 운동에너지로 만드는 과정이 원활해지지 않아 졸음과 나른함을 더욱 느끼게 된다”고 조언한다.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먹는 것은 기본이고, 특히 아침은 필수다. 아침을 거른 채 허기진 상태에서 오전을 보내면 점심을 과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춘곤증을 가중시키게 된다. 이때 밥은 현미나 보리를 섞은 잡곡밥이 좋다. 현미는 흰쌀에 비해 칼로리가 높고 단백질이 많으며 칼슘과 비타민B도 2배 이상 많다. 특히 비타민이 부족해지면 신체의 항상성이 떨어져 더욱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는 상큼한 제철 봄나물과 싱싱한 계절과일이 제격이다. 특히 풋마늘, 쑥, 취나물, 두릅, 달래, 냉이, 돌미나리 등 봄철에 나는 산채류들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므로,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이 현명하다. 무엇보다 소화를 도와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고, 간에 쌓인 독소를 풀어주며 피와 정신을 맑게 한다. 피로해소와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C가 풍부해 졸음을 쫓는데도 특효약이다. 미역이나 톳나물, 파래 등 해산물도 이롭다. 밤에 숙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적당히 풀어주고 낮잠은 20분 이상 자지 않아야 한다. 저녁에는 잠을 부르는 당분이 다량 함유된 식품으로 식단을 구성하면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낮에 졸립다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는데, 흡연은 피로를 가중시킬 뿐이다. 체내에 흡입된 일산화탄소는 비타민을 파괴하며 뇌에 산소를 부족하게 해 늘어진 몸을 더욱 나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