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202호와 제257호 그리고 인천

2016년 1월 19일 | 성명서/보도자료

 천연기념물 제202호와 제257호 그리고 인천

 2006년 1월 10일은 필자에겐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TV와 책에서만 본 백조라 부르는 고니를 직접 눈으로 본 것이다. 경제자유구역개발이 추진되고 있던 청라지구 현장조사에서 고니를 보고 ‘유레카’를 외쳤다. 그 이후 청라로 출근하다시피하면서 고니뿐 아니라 황새와 두루미, 수천마리 기러기들을 관찰했다. 당시 청라경제자유구역사업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었는데 평가보고서에는 고니와 황새, 두루미와 큰기러기, 금개구리와 맹꽁이와 같은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 법적보호종들은 모두 빠져있었다. 심지어 청라 어디에서든 발자국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고라니도 보고서엔 없었다. 정밀조사와 재평가를 요구했고 결과는 금개구리와 맹꽁이용 ‘한 뼘’ 짜투리땅을 남기고 갈매기와 오리용 ‘한 뼘’ 공원조성이었다. 지금 청라경제자유구역은 국제도시를 표방하는 아파트 숲의 신도시이다.

 학술 및 관상적 가치가 높아 법으로 보호하는 동식물과 그 서식지, 지질과 광물 등의 천연물을 천연기념물(天然紀念物)라 한다. 현재 천연기념물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제550호까지 지정되어 있다. 천연기념물을 비롯한 국가지정문화재는 지정해제되더라도 지정번호는 영구결번 처리된다. 보존가치가 상실되어 지정해제된 천연기념물도 80여종이 넘는다.

천연기념물 제202호는 두루미다. 학(鶴)이라고도 하는 두루미는 신선이 타고 다닌다는 새로 예로부터 고고한 학자를 학에 비유했다. 두루미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Red-List)에 등재된 전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이다. 우리나라도 멸종위기1급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두루미는 시베리아나 중국 북동부, 일본 홋카이도 등에서 번식하며 우리나라에는 겨울에 찾아온다. 추수가 끝난 논밭에서 볍씨와 풀뿌리를, 개울에서는 물고기와 수초뿌리를, 갯벌에서는 갯지렁이와 게 등을 먹는다. 그 두루미는 인천의 시조(市鳥)이기도 하다. 청학동, 선학동, 학익동, 문학동 등 인천에는 유독 ‘학’자 들어간 지명이 많은데 이는 인천이 주요한 두루미 도래지였음을 의미한다.

천연기념물 제257호는 ‘인천연희동및경서동의두루미도래지’이다. 지금은 아파트 숲으로 변해버린 청라신도시와 세계최대규모라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는 우리나라의 주요 두루미도래지로 1984년까지 천연기념물이었던 곳이다. 1977년 지정 당시 천연기념물 제257호의 면적은 약31㎢였는데 이는 여의도면적에 10배가 넘는다. 1984년 천연기념물지정이 해제되고 간척사업이 시작되었다. 식량안보를 위한 농토 확대를 위해, 중동건설붐 이후 건설장비들의 활용을 위해 그렇게 동아매립지가 만들어졌다. 천연기념물 갯벌이었던 동아매립지의 절반은 수도권쓰레기매립지로, 나머지 절반은 2003년 청라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어 개발되었다. 그 후 인천에선 더 이상 두루미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간혹 강화도와 영종도, 세어도 사이 갯벌에서 10여마리 정도가 월동할 뿐이다.

얼마 전에는 한 연구소에서 인천경기만 전체를 매립하자고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광개토프로젝트로 국토를 개조하여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하고 외자를 유치하여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그냥 황당무계한 소리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좁은 땅을 한탄하고 땅장사가 경제의 기본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음에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2003년 송도,영종,청라 3곳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될 때나 지금이나 어찌나 그리 똑같은 레퍼토리인지 웃음까지 나온다. 2016년에는 총선이 있다. 또 어디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겠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만들겠다 등 온통 경제개발공약들이 넘쳐날 것이다. 돈에 문화유산, 자연유산, 우리정신을 팔지 말고 이제는 인천의 가치와 자존감을 지키며 자연과 생명에 대해 최소한의 양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2016년을 앞둔 시점에서 2026년 인천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 이 글은 2015년 12월 31일자 인천일보 환경의 창에 실린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