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떠나는 인천 섬순례(넷째 날 소감입니다.) 황고운

2008년 10월 15일 | 섬•해양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3학년

황고운 















첫 배가 10시인 덕분에 여유롭게 일어나 새벽산책을 하고 볼음도를 떠나왔다. 아차도를 거쳐 주문도로 15분이면 도착하는데, 작은 배들이 남실대던 이곳은 지난 3일간 봤던 섬들과 견주어 가장 섬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가 뜬 하늘의 끝자락을 따라가면 곧 바다일 것 같은 느낌과 야트막한 산이 나지막이 늘어선 집을 감싸 안은 모습이 무척 매력적인 곳이다. 사람들은 으레 섬사람들의 삶의 밑천이 바다일 거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지금까지 섬에서 가장 많이 본 것은 어딜 가나 넓게 펼쳐진 금빛 논이었다. 고개 숙인 벼 이삭들이 바람결에 몸을 맡긴 모습은 자전거를 타면서 계속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오늘의 실천 프로그램은 해안정화모니터링이었다. 어쩜 이럴 수 있을까 싶은 마음들을 가지고 갯벌 정화에 나섰다. 모래갯벌을 거닐며 짧은 시간동안 주운 생활 쓰레기가 어마어마했다. 이 쓰레기들도 분리수거를 하면 재활용이 가능하단다. 모두 분리수거해 정리하고 나니, 적었지만 ‘내가 오늘 갯벌을 위해 뭔가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다. 전 세계 선박에서 버리는 쓰레기가 연간 634만 톤이나 된단다. 이는 시간당 약 700톤씩의 쓰레기가 전 세계의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는 소리다. 이렇게 버려지는 쓰레기들에 피해를 보는 것은 많은 해양 생물들이다. 가뜩이나 해사 채취로 떠나고 있는 바다 생물들을 인천 바다에서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쓰레기를 덜 버리고 더 주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둑어둑한 저녁에 야외에서 다함께 저녁을 먹고 박성룡 선생님께 ‘귀농이야기’ 강연을 들었다. 이제껏 내가 섬과 갯벌과 산과 바다에 대해,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에 가지고 있던 안일한 생각을 따끔하게 꾸짖는 말씀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삶의 잣대를 가지고 그들의 환경을 바라보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 개발하지 못하게 하자는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말로는 그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말이 절실하게 들렸다. 이 곳 섬들을 돌면서 하고자 했던 일들을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적인 삶을 머리나 입 대신 온몸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풀이를 하면서는 서로가 서로의 마니또가 되어 마음의 선물을 하면서 4일간의 여행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며 여행을 해 온 것 같다. 모두의 느낌을 들으면서 여러 번 끄덕였다. 사람들의 생각이 정말 다양하고 깊고 또 넓다. 아직도 배울 게 많다.

  자연을 닮은 색이 진짜 원색이라는 생각을 했다. 노란색을 보면서 해바라기 색이라고 하는 게 맞다. 갯벌의 색, 산과 바다의 색, 꽃잎과 돌의 색깔이 ‘원조’인데, 우리는 그걸 보며 먹색이고 초록색이고 파랗고 노랗다고 이름을 붙이곤 한다고. 실물이 아니라 보정한 사진 같다 싶을 만큼 자연색은 무척이나 선명하다.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면서 눈에 사진을 담듯 자연을 꼭꼭 씹어서 보았다. 마지막 날 인천 시내로 돌아오면서는 버스를 탔는데, 걸으면서 볼 때와 자전거를 타고 볼 때와 차를 타고 보는 풍경의 맛이 다 달랐다. 자연을 보는 시각의 높이와 그네를 스쳐 지나는 속도가 다르고 또 마음가짐이 달라서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붙였다.



  
해단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땐 자전거를 끌고 지하철을 타야 했는데, 역무원이 자전거는 사고의 위험이 있어서 원래 지하철에서 운반 못한다고 했다. 사정해서 결국 가져갈 수 있었지만, 오르내리기도 여간 불편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현재 접이식 자전거는 케이스에 넣어 운반 가능하지만 일반 자전거는 제한하는 크기를 넘어서서 타인에게 불편을 주기 때문에 운반 못하도록 되어 있다 한다. 혼잡하지 않은 시간대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부피 및 중량을 기준으로 휴대승차를 제한하고 있는 다른 휴대품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지하철 시설물 구조상으로도 운반하기 매우 불편하게 되어 있다. 자전거가 편히 다닐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원래는 자전거를 타 보며 나의 박약한 의지를 일으킬 셈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 자전거가 왜 좋은지, 섬에 살아 있는 자연의 눈부심과 그것을 계속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그 마음가짐으로 어떤 일을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자각할 수 있었다. 또한 마음으로 대해 주는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은 뜻밖의 행운이고 축복이었다. 나흘간의 꿈같은 여정은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단단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일상으로 복귀한 지금도 여전히 마음은 살랑살랑하다. 미흡한 나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또 다른 ‘꺼리’에 기웃거려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