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신재생에너지단지로

2017년 7월 27일 | 기후에너지, 성명서/보도자료

“탈(脫) 원전, 탈(脫) 석탄을 통해 에너지 패러다임 대전환의 기틀을 마련하겠다.” 지난 7월 24일 백운규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취임사 중 일부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우리나라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 영구가동중지 기념식에 참석해 탈원전, 탈석탄 로드맵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7월 24일,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영구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고,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탈 원전, 탈 석탄에 대한 이야기가 공론화되고,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원전과 석탄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단순한 에너지원 이동이 아니라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살펴보고 고민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전달되는 과정에서 특정지역에 피해가 가중되지는 않는지, 시민들을 에너지 소비자만이 아니라 생산과정의 참여자와 주체로 세울 수는 없는지, 사회적 비용을 포함한 적정한 에너지 비용을 책정 지불하고 있는지,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나 사용방법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충분한 고민과 논의 없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만 늘리면 된다는 수준이다. 이런 수준이다 보니, 대규모 발전 시설 설치를 위한 부지선정으로 곳곳이 논란이다.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부지가 필요하다. 소규모가 아니라 대규모일 때 문제는 발생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논을 없애서 설치하기도 하고, 산지를 깎아내고 설치한다고 하여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있기도 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취지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라지만, 논을 메꾸고 산지를 깎아내는 방식은 오히려 취지와 반대되기도 한다.

도심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설치할 만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토지매입비도 적게 들고, 사람이 살지 않는 산지를 깎아내거나 바다나 해안가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방법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시민들이 에너지 생산과정의 참여자와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도심의 아파트, 공공기관마다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도심에서 수요를 감당하긴 쉽지 않을 수 있다.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발전 시설이 필요하다면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신재생에너지단지로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과거 김포매립지로 또는 동아매립지로 불리던 수도권쓰레기매립지는 두루미도래지로 자연생태가 우수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역이었다. 그런 곳이 세계에서 가장 큰 쓰레기매립지가 되었다. 1매립지는 매립이 완료되어 골프장으로 사용되고 있고, 2매립지는 매립이 곧 완료될 예정이다. 이미 매립되어 있으며 지형상 태양광 등을 설치하기에 적합하다.

최근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옆에 환경산업연구단지가 오픈했다. 인근에는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국립생물자원관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환경관련 기관들이 이미 모여 있다. 가장 생태적이던 곳, 가장 큰 쓰레기매립시설인 곳, 환경연구기관들이 인근에 위치한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가장 모범적인 신재생에너지단지로 조성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  /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 이 글은 2017.07.27자 경기일보 ‘함께하는 인천’에 실린 기고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