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파랑기자단 – [칼럼] 갯벌 없는 인천, 이름뿐인 친수(親水)

2022년 10월 26일 | 갯벌, 생태계보전, 섬•해양

파랑기자단의 영종도편에서 지면 관계상 일부만 게재되어 전문을 공개합니다.

사진장소 : 영종도 제2준설토투기장

 

 

2022 파랑기자단
경어진 (연세대 4학년)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인천의 해양 정책을 보고 있자면 한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대사가 생각난다. 비단 ‘환경특별시’라는 수식어가 아니더라도 섬의 도시이자 개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인천에서 정작 바다와 갯벌을 대하는 태도는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개항 이후 매립된 갯벌만 해도 그 면적은 여의도(2.9㎢) 6배 이상. 과거 인천의 ‘정체성’과도 같았던 곳들은 이제 송도 국제도시로, 남동 산업단지로, 쓰레기 매립지로 기억될 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준설토 투기장’ 건설과 이에 뒤따르는 각종 개발사업이 인천의 해양 생태를 바꾸고 있다. 서해안 조수간만의 차가 큰 탓에 인천항 일대에서는 뱃길을 확보하고자 바다 아래 펄과 모래를 퍼 올리는데, 여기서 나온 흙들을 갯벌에 버리는 것. 이렇듯 대규모 갯벌을 매립하는 방식으로 준설토를 처리하는 것도 물론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해당 공간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개발의 삽’만 뜨는 태도다.

언젠가부터 인천 바다와 갯벌의 가치는 경제적 관점으로만 해석된다. 그 안의 역사도, 문화도, 이야기도 모두 뒷전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4년부터 ‘인천항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항만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한상 드림아일랜드’라고도 불리는 이 사업의 목적은 영종도 제1준설토 투기장을 관광·레저·문화·교육연구·공공 기능이 조화된 국제적 해양 ‘워터프론트’로 개발하는 것. 결국 낯선 외래어까지 쓰며 이들이 내놓은 영종도 갯벌의 미래 가치는 ‘친수(親水)공간’ 정도인 셈이다. 여기에 최근 인천시는 한술 더 떴다. 준설토투기장과 영종도 사이 갯벌을 메워 ‘영종 2지구 개발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 멸종위기종이자 해양보호생물인 흰발농게 서식이 확인되면서 현재는 개발이 잠정 중단되었지만, 우리에겐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갯벌을 매립해 해양 워터프론트를 개발하는 것도, 해당 장소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정말 이게 ‘최선’일까? 영종도 갯벌을 이렇게밖에 바라보지 못하는 것일까?

영종도 갯벌은 전 세계 생존 중대형종 조류 개체군의 1% 이상을 부양하는 ‘생명 중심지’다. 특히 영종 2지구 개발 예정지역에서는 2020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총 3만 개체 이상의 조류가 관찰되기도 했다. 이 중에는 저어새나 노랑부리백로,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갈매기와 같은 세계적 멸종위기 조류도 포함된다. 인천의 시조(市鳥) 삼자던 ‘저어새’도, 남반구로 이동하는 길에 영종도를 찾는 ‘알락꼬리마도요’도, 영종도에서 국내 최대 규모로 서식하는 ‘검은머리갈매기’도 갯벌이 매립되면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인천시 깃대종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흰발농게’도 매립 후에는 사실상 이곳에서의 생존이 어렵다. 갯골이 사라지며 물의 흐름 또한 크게 바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주변 생태계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까지 해서 얻는 것이 ‘해양 워터프론트’라면 우리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무수한 생명의 시체 위에 영혼 없이 세워질 건물은 우리의 ‘친수 공간’이 될 수 있는가. 더 이상 갯벌이 없는데, 시민이 마음 놓고 찾을 바다가 없는데 이름뿐인 ‘친수 공간’이 무슨 의미며 허울뿐인 ‘국제 관광지’가 어떤 가치를 가지는가.

이런 영종도를 보고 있자면 떠오르는 섬이 하나 있다. 영종도에서 30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 장봉도. ‘옹진 장봉도 갯벌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 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다를 대하는 주민들의 태도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한 어르신이 군에 바라는 점은 조금 미흡하더라도 시설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었고 어촌계장을 지내셨던 어르신이 생각하는 섬의 가치는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지켜야 할 것은 지키는 것’이었다. 실제로 장봉도의 어민들은 1인 40kg의 어획량을 설정해 공동어업을 하고, 금어기와 어획 구역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지킨다. 어업 활동하면서 나온 쓰레기는 플라스틱 물통부터 작은 비닐까지 모두 수거해 다시 육지로 들고 오기도 한다. 어업을 마치고 양동이에 쓰레기를 채워 돌아오는 어민들께 ‘쓰레기를 이렇게 다 들고 오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당연하다는 듯 “우리 바다니까 지켜야죠. 나부터 지켜야 바다를 지킬 수 있어요”라던 한 어민의 말은 섬과 바다를 대하는 주민들의 마음가짐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얼굴을 맞댄 두 섬에서 ‘공간’을 대하는 모습이 이렇게나 다른 것은, 분명 그 공간의 의미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

시는 앞으로의 행정 방향을 이렇게 설명한다. 당연한 문장 같지만 이 안에 실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담겼다. ‘살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우선 ‘모두가 살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환경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환경단체의 입장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고, 심지어는 천문학적 금액을 ‘손해’ 봤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공간의 의미를 고민하는 일은 선(善)의 문제도, 정의(正義) 관점에서의 상투적 문제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 장기적이고 핵심적인 관점에서 성찰하고, 지켜보며,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갯벌을 매립해 만든 대규모 준설토 투기장도 모자라 그사이 공간마저 개발하려는 인천의 계획에 우리는 관심가져야 하고 또한 준설토 투기장 건설이 ‘개발 이익을 위한 땅 투기장 건설’이라 평가받는 상황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하염없이 다른 생명을 보호하자거나 갯벌이라는 훌륭한 자원을 보존만 하자는 맹목적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공간의 가치를 충분히 고민하고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의 공간에 어떤 ‘이름’을 붙일지는 우리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는 비단 인천 갯벌이 세계 5대 갯벌이라서가 아니고, 무수한 생명이 서식하는 곳이라서만이 아니다. 장봉도의 어민들이 그랬듯 이곳은 우리가 사는 곳이니까, 우리의 공간이니까 우리는 우리의 바다를, 우리의 섬을 지켜야 한다. 우리 삶의 터전을, 생의 현장을 함께 지켜야 한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인천의 해양 정책, 지금 이 방법이 정말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파랑기자단의 기사는 인천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인천일보 영종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