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물길이 막힌 강은 더 이상 강이 아니다.

2024년 5월 13일 | 생태계보전, 하천

[성명]물길이 막힌 강은 더 이상 강이 아니다.

물길이 막힌 강은 더는 강이 아니다. – 금강을 시작으로 강을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할 때 우리는 알고 있다. 금강에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이 그득했던 건 보로 물길이 막혔었기 때문이다. 국민을 무시하는 위정자의 독단으로 시작한 4대강 사업 때문이다.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학자들과, 정치질을 일삼는 공무원들과, 표값에 철학을 팔아넘긴 정치인들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안다. 금강에 흰목물떼새가 다시 돌아온 건 그나마 보 수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십수 년 동안 이어온 시민사회의 질긴 싸움으로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이 만들어져서다. 거리낌 없이 어깨를 내어준 시민들과,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나서준 전문가들과, 음으로 양으로 가치를 지켜온 정치인들 때문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개발과 발전을 단순 동의어로 등치 시키고, 불법과 편법을 권리와 융통성으로 여기는 위정자가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 지우기가 4대강을 기점으로 시작된 것이다. 급기야 5월 말,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를 다시 닫는다는 게 환경부 방침이다. 물길이 막힌 강은 더는 강이 아니다. 그곳에 기댄 생명은 설 자리가 없다. 16개 보로 가로막힌 우리 강은 거대한 16개 호수가 되었다. 그나마 보 개방을 통해 금강과 영산강은 무참히 깨어져도 다시 회복하는 자연의 위대한 여정을 확인하는 증거다. 그렇다면 시민사회는 다시 강을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한다. 그렇다면 시민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 그렇다면 ‘가치’와 ‘값’을 구별할 줄 아는 전문가와 정치인을 찾아나서야 한다. 세종보가 물길을 가로막지 않고, 공주보가 금강의 종점이 아닐 때 비로소 금강은 강이다.

녹색연합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세종보와 공주보 담수 계획을 철회하라.

하나.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을 이행하라.

하나. 한강과 낙동강의 물길을 열고 우리 강을 비로소 강으로 되돌려라.

2024년 5월 13일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