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맹꽁이 돌봄단] 활동 후기

2021년 10월 6일 | 야생동식물, 양서류, 활동

우리 동네 맹꽁이 잘 살고 있나요?

작년 최장기간의 장마에 늦게까지 산란 활동을 이어가던 맹꽁이들이 차도 옆 보도블럭을 넘지 못하고 떼 지어 말라 죽어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람에게는 그저 손 한 뻠의 높이밖에 되지 않지만, 맹꽁이들에게는 목숨을 결정짓는 치명적인 장애물입니다. 평지, 습지, 초지를 좋아하는 맹꽁이는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에서 쉬어갈 곳도 산란장소도  마땅치 않습니다. 도심의 맹꽁이들에겐  빗물받이 만큼 산란하기 편한 장소도 없습니다. 낮과 밤 기온 격차가 크지 않고 일정 수위의 물과 습도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빗물받이에서 나고 자란 맹꽁이들이 먹이활동을 하고자 올라왔다가 봉변을 당한 것일까요? 바로 옆 공원 가에선 맹꽁이 로드킬 피해도 심각했습니다.

작년의 참사를 기억하며 올해에는 장마가 시작하는 6월부터 10월까지 맹꽁이의 한해살이 과정을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맹꽁이가 어디서 산란해 이동하는지 알면 로드킬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작년에 로드킬 피해가 컸던 곳을 선정해 회원들과 “우리동네 맹꽁이 돌봄단’을 꾸려 6월부터 모니터링을 시작하였습니다.

9월 중순 밤, 인천대 송도캠퍼스 근방 공원에서 맹꽁이를 만나고자 돌봄 단원들과 모였습니다. 손전등을 들고 살금살금 이동하며 로드킬 당한 맹꽁이는 없는지 살펴봅니다.  잃어버린 금붙이 찾는 모양새로 바닥을 열심히 들여다보면  맹꽁이와 눈 마주칩니다. 퉁퉁한 맹꽁이를 보고자  우리도 절로 무릎을 꿇고 땅과 가까워집니다. 퉁퉁하고 키가 작은 사람이 옷을 잔뜩 입은 모양새를 빗대어 ‘맹꽁이 결박한 것 같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퉁퉁하고 납작한 맹꽁이. 맹꽁이의 눈이 보석같이 반짝반짝 빛이 나 금붙이 못지않습니다.

작년과는 달리 올해 조사지점에서 로드킬 피해를 본 맹꽁이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마른장마’라 표현할 정도로 비가 유독 내리지 않았습니다. 한 번 비 내릴 때 거세게 쏟아지고 다음 날 내리쬐는 햇볕에 말라죽은 맹꽁이 올챙이들도 보았습니다.

 

차도와 인도, 공원, 나대지, 수로, 빗물받이 곳곳을 살펴봅니다.  공원 옆 배수로에선 나갈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맹꽁이도 여럿 만났습니다.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가까이 다가간 것만으로 몸을 크게 부풀고 하얀 점액질을 내뿜습니다.  건드리지 말라며, 나 위험하다 알리는 맹꽁이의 신호입니다. 잡아  풀숲으로 멀리 옮겨줍니다. 로드킬 뿐만이 아니라 맹꽁이가 이동함에 있어 보도블럭을 넘지 못하거나 배수로에 갇혀 생을 마감하는 일 또한 없어야 할 것입니다.

장마 기간이 길지 않은 탓에 예전만큼의 로드킬 피해는 없었지만 한 해 한 해 기후 상황이 달라 내년에는 어떤 여름을 맞이하게 될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올해 기록을 바탕으로 맹꽁이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갖고 활동하겠습니다.